투산(미 애리조나주)|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시즌 출발점인데 선수들이 설렁설렁 걸으면 느슨해 보이잖습니까.”
kt의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투산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는 쉴 틈 없이 돌아다니는 kt 투수들로 내내 분주했다. 꽉 짜인 훈련 스케줄을 소화해야함은 물론 이동 중엔 뛰어야한다는 ‘지령’을 받은 터라 느슨한 모습은 용납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kt 투수들을 분주히 움직이게 만든 이는 정명원(51) 투수코치였다. 2014년부터 kt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정 코치는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1군 진입 이후 2년간 마운드가 안정감을 찾지 못했기에 이번만큼은 확실한 보강을 꾀하겠다는 생각으로 1차 스프링캠프에 몸을 맡겼다.
투산(미 애리조나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연습 중간에도 쉴 틈이 없는 kt 투수들. 이는 훈련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투수들은 기본 롱토스와 불펜투구 외에 이색훈련에 임하며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다.
대표적인 장면은 낙하산 훈련이다. 불펜투구를 마친 선수들은 바로 옆 구장에 모여 중간 사이즈 크기의 낙하산 하나씩을 둘러멨다. 그리고는 순서대로 전력질주를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수차례 반복되는 훈련에 지친 선수들도 보였지만, 지루함을 달랠 수 있는 프로그램 덕에 웃음꽃이 피어나기도 했다.
이색훈련은 이뿐만이 아니다. 셔틀콕을 재빨리 받아내는 훈련도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빼놓을 수 없다. 정명원 코치가 마구잡이로 때려내는 수십 개의 셔틀콕을 모두 받아내야 선수들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오기에 찬 몇몇 투수들은 스승을 겨냥해 셔틀콕을 날려 합법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이었다.
훈련을 마친 정 코치는 “선수들이 지루하지 않게 프로그램을 짜놔야 한 달이 넘는 스프링캠프를 재미있게 마칠 수 있다”면서 “낙하산과 셔틀콕 훈련은 부수적인 효과도 따른다. 낙하산을 메고 달리면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내는데 도움이 되고, 셔틀콕 훈련 역시 하체힘을 기르는 것은 물론 순발력을 쌓는데도 탁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