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회 맞는 뮤지컬 ‘아이다’ 드러머 김광학 씨
외따로 떨어져 있는 드럼 부스에서 연주하는 김광학 씨는 “가끔 마이크를 톡톡 쳐서 동료들에게 내 존재를 알린다”며 웃었다. 그는 “드럼은 본능을 일깨우는 원초적인 악기라, 스틱을 잡으면 몸이 바로 반응한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노예로 잡혀온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의 비극적인 사랑을 웅장하고 화려하게 그린 ‘아이다’의 모든 순간을 함께한 이가 있다. 드러머 김광학 씨(47)다. ‘아이다’는 춤 동작 하나하나가 비트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연습은 물론 오디션 때도 드러머가 있어야 한다. 김 씨는 공연은 물론 연습과 오디션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김 씨를 3일 만났다. 드럼 부스는 무대 아래 홀로 떨어져 있었다. 드럼 부피가 커서 오케스트라 피트에 들어갈 수 없단다. 그는 “‘아이다’는 음악이 강해 에너지를 엄청나게 쏟아내야 한다. 한겨울에도 땀으로 옷이 젖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1998년 ‘남자 넌센스’에 합류하면서 뮤지컬의 매력에 빠졌다. 그가 참여한 작품은 ‘미스사이공’, ‘시카고’, ‘렌트’, ‘헤어스프레이’, ‘블러드 브러더스’ 등 일일이 꼽기가 벅차다.
결혼 후 아들이 태어나자 고민에 빠졌다. 연봉 600여만 원으로는 생활할 수가 없었다. 때마침 톱가수로부터 같이 작업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마음은 자꾸 뮤지컬로 향했다. 그때 아내가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해요. 돈은 내가 벌 테니.”
한국무용을 전공한 아내는 예술을 향한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것. ‘아이다’ 초연을 앞두고 박칼린 당시 음악감독에게서 연락이 왔다.
광고 로드중
우여곡절도 많았다. 초연 때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성북구의 개인 연습실에서 오후 5시에 차로 출발했다. 강남구 LG아트센터까지 공연이 시작하는 오후 8시 전에는 도착할 줄 알았지만 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결국 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 앞에 차를 버리고 눈길을 질주하다 퀵 서비스 오토바이를 잡아탔다.
“자리에 앉자마자 공연이 시작됐어요. 8시 7분이었죠. 네 곡을 연달아 연주한 후 잠깐 드럼 파트가 없을 때 화장실로 달려가 토했어요.”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