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아타씨의 ‘온 네이처’ 프로젝트
김아타 씨는 ‘온 네이처’ 프로젝트의 흰색 캔버스에 대해 “나를 비워 상대를 존중하는 대화의 의미”라면서 “아티스트란 작품으로 세상과 대화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아타 씨 제공
‘온 네이처’ 프로젝트를 위해 김아타 씨는 지구촌 곳곳에 대형 캔버스를 설치했다. 위쪽부터 미국 뉴멕시코 주, 강원 인제 원시림의 가을, 같은 장소의 겨울. 겨울엔 캔버스가 눈 속에 반쯤 묻힌 채 석 달을 보냈다. 김아타 씨 제공
2001년 휴스턴 포토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사진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그다. 베트남전 상이군인이 벌거벗은 채 아크릴 박스에 들어가 있는 사진이었다. 박스 안에 놓인 누드의 인물들을 카메라에 담은 ‘뮤지엄 프로젝트’ 중 하나이기도 했다. “박스에 담아둠으로써 의미를 부여했다. 모든 존재는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의 문제의식은 ‘온 에어 프로젝트’에서 심화됐다. 조리개를 8시간 열어두고 뉴욕 등 대도시의 거리를 촬영하는 작업이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카메라를 노출해 찍자 놀라운 일이 생겼다. 건물과 간판은 그대로인데, 움직이는 것들이 사라졌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작가의 철학이 작품으로 현현(顯現)됐다. 끈기 있게 매달려온 이 작업에 대해 그는 “타자에 대한 이해가 내 예술의 동력이었다”고 돌아봤다.
비무장지대(DMZ)에서 쏜 포탄 파편에 처참하게 찢긴 천 조각을 이어 붙인 ‘On nature, 인간 등정의 발자취’ 세 점. 각각 170cm×220cm 크기다. 김아타 씨는 갈등과 야만이 빚었던 참상 또한 외면할 수 없는 인간의 역사이며 이 같은 인간의 본능 역시 자연의 일부라고 말한다. 김아타 씨 제공
이 캔버스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는 ‘블랙 마운틴 뮤지엄’(가칭)을 강원 홍천에 세울 계획이라고 김 씨는 밝혔다. 포 작업의 캔버스에 쓰인 검정, ‘블랙 마운틴’의 블랙 등에서 검은색에 대한 작가의 애착이 짐작됐다. “블랙은 부정적 의미가 아니다. 더하거나 뺄 수 없는 완전한 색이고 사유와 성찰이 녹아 있는 색이다.” 최근 사회 이슈가 된 ‘블랙리스트’를 언급하면서 그는 “블랙리스트란, 역설적이지만 우리를 사유하게 하지 않느냐”라고 덧붙였다. 그는 ‘블랙 마운틴 뮤지엄’에 걸린 ‘자연이 그린 그림’들을 만남으로써 사람들이 자연으로 인해 치유받고, 사유하고, 성찰하게 되기를 꿈꾼다고 밝혔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