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당 쇄신 로드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새로운 보수 가치를 정립하는 재창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포장지만 살짝 바꿔 국민의 눈을 속이는 개혁은 하지 않겠다”며 ‘3정(정치·정당·정책) 혁신’을 표방했다. 하지만 국민참여형 정치, 계파 청산을 통한 당 정상화, 정경유착 금지법 제정 같은 원론적 주장이 대부분이고, 진정한 변화를 기대할 만한 혁신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당원 윤리교육 강화나 봉사·기부 실적 공개 같은 대목이 눈에 띄는데, 이런 ‘바른생활 수칙’으로 보수의 개혁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은 쇄신의 첫걸음으로 ‘인적 청산’을 외쳤다. 하지만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게 당원권 3년 정지, 윤상현 의원에겐 당원권 1년 정지를 의결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국정 농단의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아예 징계 대상에서 빼버렸다. 인 위원장은 지난주 대구에서 “비난을 받아도 박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했다. 당 지지층을 의식한 발언이지만, 변변한 대선 후보가 없는 불임(不姙) 정당이 이젠 ‘박 대통령 지키기’에 나서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런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와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표방하며 출범한 바른정당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바른정당은 ‘보수 혁신’을 간판으로 내걸었지만 주요 정책에서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 ‘18세 투표권’에 합의했다고 발표해 놓고 당내 반대의견에 부딪혀 아직도 결론을 못 내리고 있고, 경제민주화 법안인 상법 개정안도 당론 채택을 못 하고 우물쭈물하는 상태다. 결국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영입에만 기대를 거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