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건설사 아파트 배관공사 담합… 결정적 증거로 100억대 범죄 적발
건축설비 시공 업체에 다니던 A 씨는 2013년 회사의 대외비 자료를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우편으로 보냈다. 자료에는 A 씨의 회사를 포함한 23개 건설사가 7년 넘게 아파트 배관 공사 입찰에 담합해 온 결정적인 증거가 담겨 있었다.
A 씨가 건넨 자료를 토대로 조사에 들어간 공정위 카르텔조사과는 이들 회사가 2008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아파트 에어덕트(공기나 액체가 흐르는 통로 및 구조물) 공사 입찰 797건을 담합해 온 사실을 발견했다. 짬짜미로 공사를 나눠 맡는 대신 145억 원에 달하는 담합 합의금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146억9200만 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100억 원대 카르텔 범죄를 신고한 A 씨에게는 거액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19일 공정위에 따르면 그가 받은 포상금은 4억8585만 원으로 지금까지 공정위가 신고자에게 지급한 금액 중 최대 규모다. A 씨가 담합 합의서는 물론, 물량 배분 명세, 회동 일지 등이 상세히 담긴 증거물을 제시해 큰 액수의 포상금이 지급됐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신고 포상금 제도를 활성화해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 행위 등에 대한 신고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준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세종=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