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참패’ 여자핸드볼 회생 특명 강재원 감독 “과거 영광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틀, 세계적 흐름은 체력-빠른 공수 전환… 대표팀 둘로 나눠 주전 따로 없는 경쟁”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추락한 한국 여자 핸드볼을 구하기 위해 5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강재원 감독. 그는 “한국 여자 핸드볼이 세계 정상권에서 밀려난 아픔이 크지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기회로 삼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현역 시절 ‘월드 스타’로 이름을 날린 강재원 감독(52)은 새해 들어 침체에 빠진 한국 여자 핸드볼을 되살릴 중책을 맡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5년 만에 다시 여자 핸드볼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런던 올림픽 당시 강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4강전에서 탈락한 뒤 3, 4위전에서 아깝게 패해 노 메달로 마감했다. 강 감독이 다시 대표팀 사령탑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마음의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1988 서울 올림픽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한국을 은메달로 이끈 강 감독은 이듬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제핸드볼연맹(IHF)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1989년 스위스 프로리그에 진출해 11시즌 동안 소속팀 그라스호퍼와 파디 빈터투어를 8차례 정상에 올려놓았다. 정작 강 감독은 화려했던 ‘지난날’이 핸드볼 인생의 전부는 아니었다고 했다. 남은 인생을 여자 핸드볼에 걸기 위해 과거는 잊기로 했다.
강 감독은 또 “한국 여자 핸드볼도 과거의 영광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 부분에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일단 그는 선발, 후보 구분 없이 경기 상황에 따라 모든 선수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제 ‘3-2-1’ 같은 한국만의 수비 전술은 통하지 않습니다. 몇몇 선수 위주로 경기를 하는 것도 한계가 왔죠. 엔트리 전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틀을 다시 짜야 하는 시점이에요.”
대표팀만 오면 벤치에서 오래 쉬는 선수들이 없도록 팀을 당장 이원화해서 운영할 계획이다. 강 감독은 “소집 때는 16∼18명가량의 선수들을 뽑아 두 팀으로 나눠 전후반 30분씩 뛰게 할 것”이라며 “A팀, B팀이면 수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비칠 테니 청팀, 백팀 조합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2017,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새로운 버전의 ‘우생순 신화’를 노리고 있는 강 감독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명예 회복을 힘주어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국제무대에서 한국 여자 핸드볼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비치고 있는데 저부터 도저히 용납이 안 됩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전까지 강호의 면모를 되찾아야 합니다. 여자 핸드볼이 얼마나 어렵게 정상에 올라갔는데 허무하게 내려올 수는 없죠.”
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