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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감자, 작지만 큰 만족

입력 | 2017-01-18 03:00:00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

 나는 10년 전부터 도봉산 안골의 주말농장에서 허브와 야채를 키우기 시작했다. 요리를 가르치던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제노바 스타일의 바질페스토를 맛보여 주기 위해서다.

 바질은 따뜻한 온도에서 발아하는 식물로, 22도 정도에서 가장 잘 자라다가 가을 첫서리 한 방이면 이내 숨을 죽이는 민감한 일년초이다. 하지만 자라는 동안에는 태양빛과 물만 충분히 주면 잘 자라는 최고의 허브이기도 하다.

 더운 여름날이 되면 이틀에 한 번씩 2, 3시간을 운전해 가서 물을 줘야 했지만 갓 따온 바질의 맛을 보고 좋아하는 학생들의 미소를 떠올리면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내가 허브를 기르는 동안 주말농장의 주인은 빈 땅 구석구석에 감자를 심었다. 이랑을 만들고 까만 비닐을 덮어 감자 싹을 묻어 두면 끝이었다. 나중에 수확할 때 알게 되었지만 풍성함을 제공하는 감자는 추위나 더위를 탓하지 않고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강한 작물이다. 

 1980년대 초, 나는 페루의 쿠스코와 볼리비아를 몇 달 동안 여행했다. 여행을 할 때마다 나는 요리사이기에 시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들의 전통음식과 재료에 푹 빠졌다. 잉카 여인들이 직접 길러 팔려고 펼친 광주리에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건 감자였다. 하얀색, 노란색, 빨간색, 보라색 감자…. 크고 작은 것뿐만 아니라 냉동 건조한 감자를 개발한 사람들도 고대 잉카인들이었다고 한다. 고산지대의 온도차를 이용해 얼리고 말리기를 반복하면서 맨발로 감자의 물기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건조한 후 저장했다.

 어린 시절 내가 기억하는 감자요리는 삶은 감자를 으깨 마가린과 소금을 넣어 먹은 것이다. 아버지 월급으로 5형제 뒷바라지가 힘들어, 엄마는 시간 날 때마다 국수공장에서 일하셨다. 공장가는 날 저녁엔 우리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로케’를 사오셨고, 그 위에 돈가스 소스를 뿌려 주었다. 따스한 온기의 고로케를 펼치면 약간의 고기까지 들어가 있는 환상의 음식이었다. 엄마의 으깬 감자와는 차원이 다른 요리로 우리 형제들은 엄마가 매일 국수공장 가시기를 은근히 기다렸던 것 같다.

 요즘에도 고로케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최고로 꼽힌다. 당시의 고로케가 프랑스의 크로켓에서 유래된 것을 몰랐던 나는 오랫동안 고로케를 일본 음식으로 알았다.

 현재 세계적인 요리사로 평가받고 있는 조엘 로뷔숑이 주로 사용하는 미식 재료로는 거위간, 상어알, 송로버섯 같은 고가의 것이 많지만 그를 세계적인 요리사로 유명하게 만든 요리는 삶아 으깬 감자에 버터 우유 소금만 넣은 매시트포테이토다. 최고라고 평가받는 요리가 꼭 비싼 재료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감자요리는 프렌치프라이다. 스테이크나 햄버거하우스에서는 빠질 수 없는 요리다. 맥도널드가 세계적인 성공을 이룬 것은 프렌치프라이 덕분이었다는 말도 있다. 비밀의 열쇠는 쇠기름. 1990년대 건강 문제로 논란이 계속되자 야채 오일로 대체됐다.

 나는 오리기름을 주로 사용하는데 세계의 음식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프렌치프라이용 기름으로 말기름을 꼽는다. 아쉽게도 먹어 본 적이 없어 상상만 하고 있지만….

 추운 겨울 보글보글 끓는 감자탕은 내가 가장 즐겨 먹는 요리다. 한국 감자 중 최고로 치는 강원도 감자는 물기가 많아 조림이나 탕에 적합하다. 끓으면서 맛있는 육수를 흡수하고 모양도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알게 되었지만 돼지 뼈의 척수를 감자라 불러 감자탕이라고도 한단다.

 나는 한국 음식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굳이 뼈다귀 속 척수를 꼬집어 요리 이름을 붙였다면 상상만으로도 입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최고의 요리 재료인 돼지와 감자의 조합, 이 환상의 궁합이 만들어 낸 감자탕은 요즘같이 추운 날 소주 한 잔과 함께 한국에서 살맛나게 하는 요리라고 자부한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