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김정은 “ICBM 시험 마감단계”… “능력 모자라” 자아비판도

입력 | 2017-01-02 03:00:00

집권 5년만에 처음 양복입고 신년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짙은 남색 줄무늬 양복 차림으로 2017년 신년사를 낭독하고 있다(위 사진). 2013년 이후 매년 인민복을 입고 신년사를 낭독한 김정은은 올해 처음으로 양복을 입은 것은 물론이고 이례적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도 보였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미사일) 시험 발사 준비 사업이 마감 단계에 이른 것을 비롯해 국방력 강화를 위한 경이적인 사변들이 다계단으로, 연발적으로 이룩됐다”며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과시했다.

 북한이 8일 김정은 생일이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일인 20일 이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능력을 과시한 뒤 3월 진행될 ‘키리졸브’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계기로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는 벌써 5번째다. 그는 이번에도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 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거듭 위협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트럼프 차기 미 행정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 눈길을 끌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실장은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하고만 대화하면서 남한과의 대화는 거부하는 ‘통미배남(通美排南)’ 정책 대신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관계 개선으로 나아가는 ‘선남후미(先南後美)’ 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김정은은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들어 ‘반통일 사대 매국 세력’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남북 관계 개선’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나섰다. 또 한국의 촛불시위에 대해 “지난해 대중적인 반정부 투쟁이 세차게 일어나 남조선 인민 투쟁사에 뚜렷한 자욱(자국)을 새긴 지난해의 전민항쟁은 파쇼 독재와 반인민적 정책, 사대 매국과 동족 대결을 일삼아 온 보수 당국에 대한 원한과 분노의 폭발”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김정은은 자신의 ‘능력 부족’을 거론하면서 자아비판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은 28분간 이어진 신년사 말미에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에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 할 결심을 가다듬게 된다”고 말했다. 또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자리에 서고 보니 나를 굳게 믿어주고 한마음 한뜻으로 열렬히 지지해주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인민을 어떻게 하면 신성히, 더 높이 떠받들 수 있겠는가 하는 근심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고도 했다.

 지도자가 결점이 없는 절대적 최고 존엄으로 떠받들리는 북한에서 김정은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능력 부족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책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일성, 김정일 시절에는 찾아볼 수 없던 모습이다.

 김정은은 또 “나는 전체 인민이 앞날을 낙관하며 ‘세상에 부럼 없어라’의 노래를 부르던 시대가 지나간 역사 속의 순간이 아닌 오늘의 현실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헌신 분투할 것”이라고 했다. 김일성 시대 향수를 다시금 자극하며 ‘애민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려 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집권 5년 차가 됐는데도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 것에 대한 주민의 불만을 크게 의식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시점이 됐다고도 풀이해볼 수 있다.

정리=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