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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허문명]알레포의 비극과 한반도

입력 | 2016-12-21 03:00:00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가 “알레포 완전 탈환”을 선언한 지 엿새 만인 19일 터키 앙카라에서 러시아 대사가 피살당했다. “알레포를 잊지 마라, 시리아를 잊지 마라”라고 외친 테러범은 놀랍게도 터키의 경찰관이었다. 자국민 학살 주범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에 대한 ‘사적 보복’이자 러시아와 터키 정부를 이간질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를 국제법에서 금지한 소이탄, 열압력탄으로 초토화했다.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는 “아랍 대중은 자국민에게 발포하고 화학무기를 쓰며 50만 명 이상을 학살한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이슬람국가(IS)보다 더 악랄한 학살범으로 생각한다”며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몰락 직전의 독재자를 살려 놓은 러시아에 대한 반(反)러 감정이 팽배해 있다고 했다.

 ▷이슬람 수니파-시아파의 대리전이기도 한 시리아 내전에서 수니파 터키는 시리아 반군을, 러시아는 시아파 정부군을 지원했다. 양국은 1년 전까지만 해도 터키 군이 시리아 국경에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시킬 정도로 일촉즉발 대결 상황이었다. 최근엔 언제 그랬느냐 싶을 정도로 친근 모드다. 흑해를 관통하는 가스관 건설에 합의하고 무역 관계를 개선하는 협정에 합의하는 등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한 달 전 러시아가 알레포를 폭격한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친러 인사를 국무장관에 앉혔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외교에서 국익도 중요하지만 인권과 민주주의 같은 가치도 중요하다는 서방의 말은 수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 알레포의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가치에 기반을 두지 않은 외교는 위험하다. 미국과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 같은 동맹국도 강대국 간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한 트럼프 외교에서는 힘없는 동맹국들이 희생될 수도 있다. 한반도가 중동처럼 트럼프, 푸틴, 시진핑이 새판을 짜는 각축장이 될 날이 올지 모른다. 침이 바짝 마른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