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재호 과학평론가 겸 교수신문 과학전문기자
AI는 AI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전염병이다. 이 바이러스는 0.1μm(마이크로미터), 즉 1000만분의 1m 크기로 공 모양처럼 생겼다.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감염증을 말한다. 조류나 사람이 걸리면 열이 나면서 호흡기에 문제가 생긴다.
인간은 유전자를 통해 매우 긴 시간 동안 부모의 형질을 물려받으며 진화한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변이를 하고 새로운 형질을 만들어 간다. 약 8시간 만에 변이를 하니, 인간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다. 변이는 진화이고, 바이러스의 관점에서 보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죽자고 덤벼드는 AI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그 이상 사력을 다해야 대응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바이러스의 변이를 예측할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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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바이러스는 두 개의 단백질 항원 H(헤마글루티닌, 혈구응집소)와 N(뉴라미디나제, 단백질 변이체)을 갖고 있다. 항원은 항체를 만든다. H와 N은 바이러스 표면 바깥으로 볼트처럼 튀어나와 있다. H는 바이러스를 이끌고 침투하는 데 조력하고, N은 복제된 바이러스들을 숙주 세포 바깥으로 내보내는 일을 한다.
바이러스는 생명체다. 특히 변이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생명이다. 변이의 파노라마가 숙명인 셈이다. 특히 바이러스들끼리 유전자를 교환하는 유전자 재편성을 일으켜 변이를 가속화한다. 더욱이 약물에 내성을 가지면서 더 강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과 조류는 AI에 계속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적 결론이 나온다. 인간이 규명한 바이러스는 약 5000만 개이지만 숨겨져 있는 걸 포함하면 그보다 100배, 1000배는 더 많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변이의 파노라마는 추적 불가능하다.
2013년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AI는 A형 H7N9이었다. 이로 인해 31명이 사망했다. 지금까지 AI로 인해 400명 이상이 숨졌다. A형, B형, C형은 새로운 유형이 나타날 때 붙는 명칭법이다. A형은 야생 조류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지금까지 발견된 H와 N은 각각 16종, 9종이다.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변이는 16×9인 144개다. 언젠가 고병원성 AI H16N9형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뜻이다.
1996년, 중국 광둥(廣東) 성에서 H5N1이 발생해 다음 해 홍콩에서 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조류뿐만 아니라 호랑이와 사자, 인간 등 포유류까지 죽음으로 내몰았다. H5는 원래 인간 인플루엔자를 유발하지 않았는데, 이 역시 기존의 상식을 뒤엎었고 사망자까지 생겼다. 마지막 희망은 ‘인간 대 인간’의 감염인 팬데믹 수준으로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마저도 뚫린다면 그땐 AI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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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건 바이러스를 추적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한 온라인 저널에 고병원성 AI 확산 관련 글로벌 매핑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중국 등 연구진들이 참여하여 AI의 조기 발견을 가능케 하는 모델을 찾아보고자 한 것이다. 숙주(host)의 분포를 공간 교차 변수의 체계적 사용으로 알아보려는 시도이다.
현재의 식품 산업 환경, 즉 대량 양계 시설로는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뿐이다. 이제 방향은 두 갈래뿐이다. 현대인의 식습관을 계속 충족시키면서 끊임없이 찾아오는 조류인플루엔자의 변이에 뒤늦게 대응하는 것이다. 혹은 현대인의 식습관을 바꾸며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장형 조류에 길들여진 우리 입맛을 생각하면 후자는 불가능해 보인다.
※김상욱 부산대 교수에 이어 김재호 과학평론가 겸 교수신문 과학전문기자가 과학에세이를 집필합니다. 김 평론가는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 등의 책을 썼습니다.
김재호 과학평론가 겸 교수신문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