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르코르뷔지에’전 회화-조각-건축모형 등 500점 선봬
유채화 ‘수직의 기타’(1920년). 르코르뷔지에는 큐비즘(입체파)의 비합리적 추상에 대항하는 ‘퓨리즘(순수주의)’을 창시했다. 코바나콘텐츠 제공
내년 3월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코르뷔지에’전은 하나의 건축, 한 사람의 건축가가 이루어진 속도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전시다.
드로잉, 회화, 조각 등 500여 점의 작품은 르코르뷔지에의 그림 작업이 자신의 욕망 또는 사상을 표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눈앞에 마주한 대상을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한 최선의 도구로 쓰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저서 ‘건축을 향하여’에서 그는 “인간의 눈은 빛 속에서 형태를 인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썼다.
시계장식미술학교에 다니던 10대 후반 때 그린 자연물 수채화, 스무 살 때 떠난 유럽 여행 중에 그린 이탈리아 시에나 성당 외부와 피렌체 오르산미켈레 성당 내부 수채화 등을 통해 그의 지향점이 늘 묘사보다 분석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묘사를 얼버무렸다기보다는 그 너머의 가치를 훌쩍 넘겨다본 흔적이 또렷하다.
르코르뷔지에는 파르테논에 대해 “모든 요소가 정확하게 진술된 건물이다. 모서리 마감은 빈틈없이 견고하며 기둥머리의 고리 모양 테, 원기둥 상부 장식판, 처마도리의 띠 사이에 명확한 관계가 설정돼 있다”고 평했다. “장식에 대한 존중으로 인해 썩어가는 사회”를 경멸했던 그를 소개하는 전시치고는 복잡한 장식이 과하다. 전시 관람에 그치지 않고 그의 저서를 꼭 챙겨 읽길 권한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