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회의 중 위원장으로부터 “답변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은 간부가 휴식시간에 이를 따지다 격한 표현이 오간 것이다. 홈페이지에는 도의원 갑질이라는 비난, 공무원이 심했다는 반박, 대기발령은 지나치다는 주장까지 어지럽다. 의회를 의식해 간부에게 과잉 조치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말’이 빚은 세밑의 우울한 풍경이다.
진주에서도 ‘말(言) 전쟁’이 한창이다. 지난달 19일 촛불 집회에서 무소속 류재수 진주시의원은 ‘진주시 행정은 엉망. 시장 끌어내야’ 등의 발언을 했다. 이틀 뒤 열린 진주시의회 본회의에 앞서 이창희 시장은 이를 되갚았다. 그는 류 의원에게 “××이 까불고 있어”라고 했다. 이에 항의하던 무소속 강민아 의원에게도 “너나 잘해”라고 비꼬았다. 쌓였던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이 시장의 ‘독특한 언사(言辭)’는 제법 알려진 사실이다. 이순(耳順)을 넘긴 경남도지사 지망생의 처신으로는 품위가 없어 보인다는 평가다. 진주시의회와 야권은 이 시장에게, 시청 공무원들은 류 의원에게 각각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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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현안에 대한 언급은 대체로 수위가 높고 직설적이다. 여름엔 정의당 소속 여영국 경남도의원에게 ‘쓰레기’라는 표현을 해 소란이 일었다. 이번엔 ‘페이스북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두둔했다’며 야권과 누리꾼의 공격이 심하다. 이들은 전후 맥락보다는 홍 지사가 ‘…(박 대통령이)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한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넓은 바다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꽁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꽁치는 주둥이로 망한다’고 했다. 주둥이가 길어 그물에 잘 걸리는 꽁치의 특성을 빗댄 것이다. 말을 참지 못하고 경망하게 즐기다 낭패 보는 상황을 경계한 말이다. 국가적으로 유례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너나 할 것 없이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을 할수록 거칠어진다’는 속담을 깊이 새기면 좋겠다.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