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한국 경제 영향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으로 글로벌 경제가 살아나면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와 달러화의 ‘이중 강세’ 흐름이 나타나면 수입 물가가 올라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국제 유가 ‘스위트 스폿’ 찍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OPEC의 감산 규모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OPEC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감축량이다. 그만큼 유가를 끌어올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로 내년 국제 유가 평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 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회담 직후 OPEC은 내년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55∼60달러로 내놨다. 글로벌 투자업계에서는 배럴당 55∼70달러 선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라이언 토드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배럴당 60달러는 국제 경제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산유국들이 재정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스위트 스폿’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유가와 달러 동시 강세, 서민 물가 부담 우려도
당장은 국제 유가가 오르면 산유국을 비롯해 신흥국 경제가 살아나고, 이를 통해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면 한국산 수출품 판매가 늘어난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에도 온기가 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정유업계가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가 오르면 그만큼 마진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에쓰오일(2.38%), SK이노베이션(0.66%) 등 정유사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원유 운반선, 시추선 등의 발주가 늘어날 수 있는 조선업, 산유국의 건설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건설업도 유가 상승의 수혜를 입을 업종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가가 지나치게 급등할 경우 내수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하는 경제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난방비와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미 유가 상승을 반영해 지난달 도시가스 요금을 평균 6.1% 인상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난방 요금도 도시가스 요금 조정에 따라 연동되기 때문에 이번 OPEC 감산 합의에 따른 유가 상승분은 내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 인상에 따라 발전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화력발전소는 대부분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한다. LNG 가격은 유가와 연동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소득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가와 원-달러 환율의 동시 상승이 서민들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이샘물 / 세종=신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