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강경석·정치부
이날 의총에서 김석기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5%밖에 되지 않는 것은 무분별한 언론의 의혹 제기 때문”이라며 “언론이 제대로 한 게 뭐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최순실 사태를 두고 “겨우 검찰 공소장에 대통령 이름이 나온 것을 갖고 탄핵하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이 사실일 수 있지만 이걸 왜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느냐”고 했다.
홍문종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3차 담화문 발표로) 탄핵을 위해 하나가 됐던 야당으로선 시쳇말로 약이 오를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진태 의원은 촛불집회를 두고 “촛불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09년 1월 ‘용산 참사’로 경찰청장 내정자에서 자진 사퇴했던 김석기 의원은 “당시 진압 경찰은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사법부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상황과 박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무리한 해석이다.
이미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을 인정했다. 국가 기밀이나 고위 공무원 인사자료까지 공유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 모든 상황이 언론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 때문이라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잃게 된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변하는 자리다. 비공개 발언 유출자를 찾고, 언론을 탓하기 전에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아직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있는 건 아닌지 자성해볼 때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