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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AP 밀어붙일것” 야심 드러낸 中… 亞太무역전쟁 불붙나

입력 | 2016-11-21 03:00:00

시진핑, APEC서 “경제 세계화 적극”
트럼프의 ‘보호무역 강화’ 틈 노려 中주도 무역블록 구축 의지 드러내
한국은 ‘최순실 사태’에 발 묶여… “통상지형 재편 골든타임 놓칠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등 보호무역주의를 내걸면서 중국이 글로벌 무역 주도권을 쥐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중국은 수년 간 공들여온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을 촉구하며 아태 지역을 자국 중심의 ‘무역 사슬’로 엮기 위한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세계 무역지형이 급변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작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 공백으로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질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국익과 무관하게 일방적인 선택을 강요받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FTAAP 밀어붙어야” 중국의 선제공격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자 중국은 곧바로 보호무역 반대를 천명하며 자국이 주도하는 무역 블록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19일(현지 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비즈니스리더 회의’ 연설에서 “중국은 문호를 활짝 열고 경제 세계화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국제무역 질서 구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선언했다. 또 시 주석은 “FTAAP의 설립은 아태 지역의 장기적 번영과 관련된 전략 방안으로 확고한 결심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주도의 보호무역주의를 막기 위해 중국이 꺼내든 카드는 FTAAP이다. APEC 21개 회원국을 하나의 FTA로 묶자는 구상으로 2004년 처음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이후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중국이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 진출을 위한 실크로드 전략의 포석으로 이를 다시 꺼내들며 주목을 받았다. 미국이 TPP 폐기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 주도의 FTAAP를 아태 지역 무역의 규범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분위기는 중국 측에 우호적이다.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통상 질서에서) 미국이 아태 지역에서 지도력을 보여주길 기대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그 공백은 중국에 의해 채워질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다. 아태 지역 무역질서의 주도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이 실제로 TPP 폐기에 나선다면 무역 영토 확대가 필요한 TPP의 다른 회원국들이 ‘FTA 갈아타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다.

○ ‘외교 공백’에 전략 없는 한국

 한국은 2014년 APEC 정상회의 당시 박 대통령이 FTAAP에 대한 공식 지지 의사를 밝혔다. 2013년에는 TPP에 대한 공식적인 관심도 표명했다. 두 곳 모두에 다리를 걸치는 이른바 ‘통상정책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TPP와 FTAAP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 같은 통상전략은 더 이상 효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페루 APEC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에 대한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아이디어가 쏟아졌지만 한국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로 불참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통상지형이 재편되는 중차대한 시기에 한국이 새로운 무역질서에 국익을 반영할 ‘골든타임’을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TPP 등이 현재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대비해 통상정책 전반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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