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이생이 말하였다. “이것을 만든 놈은 남을 속여 먹는 재주가 뛰어난 것이 분명하다. 아무도 가짜인 것을 분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간사한 상술이 통하는 것이다. 인심이 이렇게까지 야박해질 수 있단 말인가.”
오늘날의 사대부(士大夫)라는 자들도 이 붓과 비슷하지 않은 경우가 드물다네. 몸뚱이를 번드르르한 옷으로 감싸고 언어를 그럴듯하게 구사하면서 걸음걸이를 법도에 맞게 하고 얼굴색 역시 근엄하게 꾸미고 있으니, 바라보면 모두 군자(君子)나 선비같이 여겨진다네.
그러나 그들이 남이 보지 않는 곳에 있으면서 이해(利害)가 걸린 상황을 만나게 되면 평소의 뜻을 완전히 바꿔 욕심을 마구 부리며, 속으로는 착하지 못한 마음을 품고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네. 번드르르하게 외양을 장식했지만 속은 온통 개의 털로 채워져 있는 이 붓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네. 그런데 그들을 살피는 사람들이 제대로 눈여겨보지 않은 채 외양만 보고 속마음까지 믿어버리기 때문에 간사한 사람이 나라를 어지럽혀도 뉘우쳐 바로잡지 못하는 것이라네(觀人者不察也, 視其外而信其中. 故有奸人亂國而不可悔者也).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