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정치권은 싸움만 최순실 후폭풍에 계파 갈등 재점화 이정현 “나는 당원들이 뽑아준 대표” 친박도 “지도부 붕괴 안돼” 뜻모아, 이르면 2일 의총… 격돌 예고
비박 긴급회동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 의원들이 31일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최순실 씨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희경 김성원 김재경 나경원 김무성 강길부 김세연 의원.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비박 및 일부 중립 성향 의원 40여 명은 31일 긴급 회동을 한 뒤 “현재 당 지도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 낼 수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즉각 사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김무성 전 대표와 정병국 나경원 주호영 김용태 의원 등 비박 중진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직후 당 소속 의원 129명 중 50명으로부터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받은 뒤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전달했고, 이르면 11월 2일 의총을 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3선의 김세연 김영우 홍일표 의원과 계파색이 옅은 초·재선 의원 등 21명도 이날 ‘최순실 사태 진상 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의원 모임’을 구성하고 “현 사태를 견제하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하라”라는 성명서를 냈다.
여당에서는 8·7전당대회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당 주도권 싸움이 ‘대선 필패’의 위기감 속에 다시 본격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비박 진영은 박근혜 대통령을 엄호했던 친박계가 전면에 포진해선 정권 재창출은커녕 당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친박 지도부가 사퇴를 거부할 경우 2011년 말 ‘홍준표 대표 체제’ 붕괴 때와 같이 비박인 강석호 최고위원 등이 먼저 직을 던지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비박 진영의 움직임을 놓고 내년 당내 대선 경선을 염두에 둔 ‘당권 재탈환’ 작전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당직자는 “비박이 결국 김 전 대표나 유승민 의원을 ‘박근혜 비대위’처럼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려는 의도 아니냐”라고 말했다. 당초 이들이 긴급 회동 후 지도부 퇴진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려다 속도 조절에 나선 데는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김학용 의원이 나서는 모습이 좋지 않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수영 gaea@donga.com·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