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당시 경제적인 사정으로 배우자에게 양육권을 넘겨줬던 주부 A씨. 시간이 흘러 직업을 갖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긴 지금, 양육권을 되찾을 수 있을까.
Q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딸 둘을 낳고 2013년 이혼했습니다. 당시 전업주부였던 저는 정신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탓에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남편에게 넘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서 경제적으로도 안정이 됐고 무엇보다 전남편이 재혼한 후 딸들(12세, 10세)이 새엄마와 사는 것을 많이 힘들어합니다. 곧 사춘기라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할 텐데, 새엄마는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만 관심을 쏟는다고 합니다. 딸들을 데려오고 싶지만 전남편이 반대하고 있어 여의치 않은 상황인데, 양육권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 방법이 있습니다. 민법 제837조에 따르면 이혼 당사자는 자녀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여 정하며 언제든지 양육에 관한 사항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이를 ‘양육자변경청구’라고 하는데, 어떤 경우에 양육자변경청구가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 참고할 만한 법원의 판례가 있습니다. 이혼 당시 남편이 첫째 딸과 둘째 아들 모두에 대한 양육권을 가져갔었는데 2년 후 부인이 양육자변경청구를 한 사안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딸이 정서적 애착 관계를 유지하던 어머니와 떨어져 살면서 불안 및 우울 증상을 수반한 적응 장애가 발생했고, 아버지에게 이혼의 책임을 돌리며 심한 반발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부녀 사이가 악화됐다는 이유로 딸의 양육자를 어머니로 변경하는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의 경우는 아버지와 살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아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서울고등법원 1990. 6. 15. 선고 89르414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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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아들은 아버지에게, 딸은 어머니에게 정서적 애착 관계를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질문자의 자녀가 모두 딸이라는 점은 양육권을 되찾아오는 데 있어 유리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처음 두 딸을 전남편이 키우게 된 것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고, 현재 질문자의 경제적 여건이 호전되었으며, 딸들이 새엄마와의 갈등으로 인해 생활 ·학업·성장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양육자변경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양육자를 변경할 경우 양육비 지급 방법도 변경할 필요가 있으므로 양육권을 되찾아오는 문제는 법률 전문가와 상담 후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재만
〈리틀 로스쿨〉 〈주니어 로스쿨〉 〈진심은 길을 잃지 않는다〉의 저자. ‘아는 법이 힘’이라고 믿고 강연, 방송, 칼럼을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