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재단, 지역주민 미술치료 현장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주최로 미술심리치료 행사가 열려 주민들이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 미술치료 전문가와 상담하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상담은 가족들이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도화지 한 장을 돌려가며 그림을 그리는 ‘가족 미술 평가’ 방식으로 진행됐다. 치료사는 참가자가 어떤 사물을 소재로 삼았는지, 색상과 선의 모양은 어떻게 선택했는지, 한 사람이 그림을 그릴 때 다른 가족 구성원은 어떤 행동과 표정을 하는지 등을 종합해 해당 가족 내의 의사소통 방식을 파악하고 애착 수준을 평가했다. 평소 집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비언어적 소통을 전문가의 눈으로 짚어주기 때문에 대화, 양육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날 미술치료에 참가한 부모들은 “몰랐던 내 의사소통 방식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놀라워했다. 김모 씨(42)는 초등학교 1학년생 아들이 떨리는 손으로 그린 사과와 굴뚝 등을 반듯하게 다시 그리는 데에 집중했다. 그럴수록 아들은 김 씨의 눈치를 보며 점점 그림을 더 작게 그렸다. 김 씨 부자를 지켜본 김태은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 교수가 “서툰 부분을 바로잡으려는 부모의 노력이 아이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조언하자 김 씨는 눈물을 흘렸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강압적인 태도를 자신도 모르게 배우게 됐고, 직장 내에서도 부하 직원의 일을 무리하게 고치려다 문제가 생긴 일이 잦다는 것.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2012년부터 재단금으로 건립해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한 생명숲어린이집 7곳과 서울 종로구, 경기 광명시 육아종합지원센터 2곳에서 미술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어린이집 미술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은 3864명, 지역 주민 대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은 7485명이다.
이시형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크든 작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지만 이것이 가정 내에서 왜곡된 방식으로 분출되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술심리치료는 부모가 놓칠 수 있는 아이의 모습을 알아보고 양육과 소통 방식을 개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