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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두 포대의 기적… 환갑 맞은 ‘대전 빵집 성심당’

입력 | 2016-10-18 03:00:00

18일부터 창업 60주년 기념행사, 국내 3대 빵집의 역사 소개
교황식탁 재현-출판기념회 등 열려




1956년 대전역 앞에서 3평짜리 허름한 찐빵가게로 출발한 성심당의 당시 모습(위)과 현재의 대전 중구 은행동 본점 모습. 성심당 제공

 6·25전쟁의 상처가 가시기도 전인 1956년 대전역 앞 10m²짜리 허름한 찐빵가게에서 밀가루 두 포대로 시작한 ‘대전의 빵집’ 성심당이 창업 6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연다.

 로쏘㈜ 성심당(聖心堂·대표 임영진)은 18일부터 내달 13일까지 중구 대흥동 옛 충남도지사관사에서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을 주제로 한 기념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 베푼 60년, 베풀 60년

 성심당은 이름 그대로 ‘거룩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빵을 굽는다’는 뜻. 함경남도 함주가 고향인 임 대표의 부친 임길순 씨(1981년 작고)가 1·4후퇴 때 월남한 뒤 대전역 앞에 찐빵집을 차린 뒤 하루 300여 개를 만들면 100여개는 고스란히 남겨 고아나 노숙인들에게 나눠줬다.

 임 대표 역시 대전에서 ‘빵 기부 천사’로 불린다. 그는 팔고 남은 빵을 다음 날 아침 지역 아동센터, 노인병원, 외국인노동자센터 등 150군데에 기부하고 있다. 월 3000만 원어치에 달한다. 아내 김미진 이사와 두 자녀도 이를 실천하고 있다.

‘국내 3대 빵집’ 중 하나로 꼽히며 세계적인 맛집 지침서인 미슐랭가이드에도 소개됐던 성심당의 ‘튀김소보로’는 대전을 방문한 여행객이라면 꼭 구매해 가는 빵이 됐다.

 직원 400여 명에 대한 복지도 뛰어나 대전 지역 청년들에게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꼽힌다. 매년 ‘I am Chef’라는 축제성 경연 프로그램을 열어 직원들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혜택을 부여한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는 “성심당의 철학과 경영 방식이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가 100개 중소기업이 생겨난다면 대기업 중심의 한국경제 구조가 바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교황 식탁 재현, 기업 정신 알리는 전시도

 중구 은행동에 본점이 있는 성심당이 창업 60년 행사를 근대 건축물인 옛 충남도지사관사에서 여는 것은 오래된 골목길에서 느끼는 정겨움과 넉넉함이 성심당 이미지와 맞는다고 판단했기 때문.

 행사는 로컬 기업 성심당의 성장 역사와 나눔을 통해 기업 정신을 실천한 사진과 영상, 그림, 인포그래픽 등이 다양하게 전시된다. 또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성심당이 제공한 식탁이 당시 사용한 커피잔, 색동 냅킨, 차바타와 스콘, 묵주와 함께 고스란히 재현된다. 임원들과 대학생들이 만나 제과제빵과 경영 마케팅 등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는 자리도 마련됐다.

 이와 함께 본점과 인근 이안과 병원 및 대전보건대, 계룡문고와 함께하는 체험 행사도 열린다. 성심당은 본점에서 도지사 관사까지 3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도 운행할 예정.

 임 대표는 “‘우리 곁에 불행한 사람을 둔 채로 혼자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는 부친의 나눔 철학을 기업 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 왔다”며 “성심당을 사랑해 주신 시민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