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 요란하게 짖어대는 강아지 같아” “펜스, 차분한 대응… 부드러움 보여줘”
“라디오 진행 경험이 있는 마이크 펜스는 부드러움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대선 부통령 후보 TV토론을 지켜보던 뉴욕타임스(NYT) 기자들은 초반 30분가량만 보고도 마이크 펜스 공화당 후보가 이겼음을 점칠 수 있었다.
비슷한 공방 패턴은 90분 내내 이어졌다. 케인은 군인 비하, 멕시코인 비하, 한국·일본의 핵무장 용인, 그리고 친러시아 및 독재자 옹호 발언까지 트럼프의 갖가지 문제 발언을 하나하나 꺼내 이를 “옹호해 보라”며 펜스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펜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하며 지난달 26일 열린 1차 TV토론에서 “틀렸다(wrong)”고 계속 외쳐대던 트럼프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는) 푸틴, 김정은, 카다피 등으로 이뤄진 ‘독재자 버전의 러시모어 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케인의 날선 공격에 “준비 많이 하셨네요. 창의적인 내용입니다”라고 답하는 여유를 보인 것은 토론의 하이라이트였다. 펜스는 토론 기조연설에서 “오늘 밤 (TV로 토론을) 보고 있는 모두에게도 고맙다” “나는 중부 시골 출신”이라고 말하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 언론들은 펜스가 판정승을 거뒀다고 전했다. 토론 종료 직후 발표된 CNN 여론조사에서 펜스가 잘했다는 응답은 48%, 케인은 42%였다. 토론 전 50%던 펜스의 호감도도 토론 후 57%로 뛰었다. 케인의 호감도는 55%에서 56%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워싱턴포스트(WP)도 “케인은 너무 말이 빨랐고 자주 말을 자르고 들어간 데 비해 펜스는 차분하게 토론을 진행했다”며 승자로 펜스를 꼽았다.
하지만 케인이 “내용 면에선 이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펜스는 케인의 공세에 아예 토론 주제를 돌리며 ‘동문서답(東問西答)’을 하거나 “트럼프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는 전략을 취했다. 토론 막판에 가서는 “트럼프는 당신이나 클린턴처럼 다듬어진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궁색한 반박을 하기도 했다.
토론 내내 트위터에 클린턴과 케인에 대한 비판 글을 공유하던 트럼프는 토론이 끝나자 펜스의 선전에 찬사를 보냈다. 7월 부통령 후보 지명 전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펜스의 주지사 관저까지 직접 찾아가 점심을 하며 오랫동안 설득한 보람이 있다는 듯 “펜스가 크게 이겼다. 우리는 모두 마이크가 자랑스럽다”고 썼다. 폭스뉴스는 “오늘로 (트럼프의 펜스 지명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의혹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