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령자로 기네스북에 오른 113세 유대인 남성이 1차 세계대전 탓에 놓쳤던 유대교 성인식을 100년 만에 뒤늦게 치렀다.
1903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주인공 크리스탈 씨는 1일 오전 이스라엘 하이파 자택에서 딸과 가족, 친지 등 6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성인식'을 치렀다고 CNN이 2일 보도했다. 유대인 남성이 13세에 치러야 하는 성인식 '바르 미츠바'를 100년 뒤에야 한 것이다. 성인식에 모인 이들은 유대교식 기도와 함께 달콤한 인생을 상징하는 캔디를 크리스탈 씨에게 일제히 전해주며 축하를 건넸다.
크리스탈 씨는 초혼 당시 두 자녀가 있었지만 2차 세계대전 때 모두 죽었다. 그는 부인과 함께 유대인 집단학살 수용소인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다가 부인마저 잃었다. 독일 나치군의 유대인 대량 학살극인 홀로코스트에서 홀로 살아남은 그는 1950년 재혼한 부인과 이스라엘로 건너가 빵집을 운영하며 정착했다.
크리스탈 씨는 올 3월 세계 최고령자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독실한 유대교 신자인 그는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나도 잘 모르겠다. 모든 건 하늘의 뜻"이라며 "나보다 똑똑하고 강하고 잘생긴 남자는 많았지만 누구도 나보다 오래 살지 못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