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간 헛싸움한 정치]이정현 단식중단… 국감 4일 정상화
병원 이송되는 이정현 대표 새누리당이 4일부터 국정감사에 복귀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정현 대표(마스크 쓴 사람)가 일주일간 이어오던 단식을 2일 중단했다. 이 대표가 정진석 원내대표(이 대표 오른쪽) 등의 보호를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청와대 메시지’ 주효했나
새누리당은 애초 지난달 26일 국감을 거부하고 이정현 대표가 단식 농성에 돌입하면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 의장의 태도는 완강했고, 여당이 국회 파행을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은 커져 갔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부터 국감 복귀 조건으로 정 의장 사퇴 대신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을 명문화한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내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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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급반전한 것은 2일 낮 12시 20분경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이정현 대표를 다시 찾아오면서다. 김 정무수석은 당 지도부에 “이러다 사고가 난다. (이 대표를) 강제로라도 (병원에)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김 수석은 이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국정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데 걱정이 많다”고도 했다. 더 이상 파행을 장기화하지 말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침’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어 이날 오후 잇달아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조건 없는 회군’을 결정했다. 이 대표는 오후 4시경 박명재 사무총장에게 “의원들이 국감에 복귀한다면 단식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처음 밝혔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의원들에게 전한 서면 메시지에서 “단식 중단 명분을 찾는 정치 협상은 이번 사태의 핵심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여야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명분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당 지도부의 움직임과 별도로 새누리당에선 국회 최다선(8선)인 서청원 의원이, 더민주당에선 박병석 의원(5선) 등이 여야의 중재자로 나섰다.
○ 결국 찾아낸 회군 명분은 ‘순명(順命)’
의총에 앞서 예상된 회군 시나리오는 ‘국감 복귀 결정→정 의장 유감 표명→이 대표 단식 중단’순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감 복귀와 이 대표 단식 중단을 동시에 발표했다. 그러자 일부 의원들은 “이렇게 일방적으로 철수할 거면 처음부터 왜 강경 투쟁을 선택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에선 “당 지도부가 탄핵감”이라는 말도 나왔다. 당 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질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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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장은 3일 예정대로 믹타(MIKTA·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의 협의체) 국회의장회의 참석차 호주로 출국하기에 앞서 이 대표가 입원한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으로 병문안을 가는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 정 의장은 민주당 대표였던 2009년 7월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반대해 6일간 단식한 경험이 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