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판 내부 지진
탕산 지진은 20세기 최대 규모의 피해를 일으켰다는 점 외에도 판의 경계면에서 한참 벗어난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주목받았다. 큰 지진이 잘 안 일어나는 곳이어서 피해가 컸다.
지구의 표면은 100km 두께의 단단한 암석층인 15개의 판으로 이뤄져 있다. 각 판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1년에 수∼수십 cm씩 움직이는데, 일본 열도처럼 판과 판이 만나는 지역에서 전체 지진의 98% 이상이 발생한다. 특히 태평양 판의 경계면인 ‘불의 고리’에서 초대형 지진이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광고 로드중
○인구 밀집지역 가깝고 진원 얕아 피해 커
규모 7.0 정도에 불과한 판 내부지진이 규모 8.0 이상의 판 경계지진보다도 더 큰 사망자를 불러온 까닭은 인구 밀집지역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다. 대부분 바다에서 발생하는 판 경계지진에 비해 판 내부지진은 육지에서 발생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진원(지진이 일어난 위치)의 깊이가 얕은 점도 피해를 키웠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판 내부지진은 지표면에서 5∼25km 깊이에 불과한 비교적 얕은 곳에서 발생하는 반면 판 경계지진은 최대 700km에 이를 정도로 깊은 곳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 예로 8월 24일 이탈리아 중부 노르차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가 6.2에 불과했지만 진원의 깊이가 5km로 얕아 29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판 내부지역은 판 경계지진에 비해 지진 빈도가 낮다 보니 대비도 취약하다. 특히 평상시 지진이 적다 보니 건축물 내진설계가 제대로 안 돼 있어 피해가 커진 경우가 많다.
○경주 지진에 수직진동 있었다
일반적으로 판 내부지진에 비해 판 경계지진의 파괴력이 크다. 땅이 위아래로 흔들리기 때문이다. 지층이 압축되면서 밀려 올라가는 역단층이나, 양쪽으로 잡아당겨지면서 단차가 생기는 정단층 형태의 지진이 대부분이다. 이런 지진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처럼 거대한 지진해일(쓰나미)을 일으키기도 한다.
광고 로드중
그런데 주향이동단층에서도 땅이 수직으로 움직일 수 있다. 1995년 일본 고베의 주향이동단층에서 규모 6.9 지진이 발생했는데, 내진설계가 잘된 일본에서도 6000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베 지진은 주향이동단층이었지만 10도가량 수직성분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 때문에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경주 지진도 수평이동 성격이 강했지만 10∼12도 정도의 작은 수직 성분이 포함돼 있었다”며 “단층을 수직 이동시킨 힘이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연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