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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웅의 SNS 민심]지진 공포, 북핵 실험보다 컸다

입력 | 2016-09-23 03:00:00


 심한 진동에 얼마나 놀랐을까.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였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북핵 실험과 지진을 검색량 추이로 비교해 보았다. 북핵 실험과 사드는 지진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현격한 차이가 났다. ‘지진’ 검색량 최대치를 100으로 놓았을 때, ‘사드’와 ‘핵실험’의 수치는 고작 1 정도 수준이었다. 우리 국민들이 지진에 얼마나 크게 놀랐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다만 지역에 따라 체감도가 차이 났다. 경북 경주에서 멀리 떨어진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피해가 발생한 진원지 주변 지역의 체감도는 월등히 높았다.  트위터와 블로그의 지진 연관어를 살펴보면, ‘일본’이 상위에 올랐다. 우리 정부의 부실한 대처를 일본과 비교하면서 주로 사용되었다. ‘뉴스’, ‘속보’, ‘문자’도 연관어로 자주 등장했다. ‘뉴스’와 ‘속보’는 보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질책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문자’는 국민안전처의 뒷북 발송에 어이없어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사람들은 낯선 위기에 벌벌 떨고 있었지만, 문자 발송도 발 빠르지 못했고, 안내 내용도 허술했다. 재난 주관방송사도 심각함을 인지하지 못한 듯하다. 위기 상황에서 혼란을 줄이는 것은 공적 권위를 지닌 기관의 명확한 메시지 전달인데 이번엔 부끄러운 모습만 전달됐다.

 감정을 나타내는 연관어를 별도로 보면 ‘크다’, ‘흔들리다’ 등 지진 규모에 대한 언급과 ‘미치다’, ‘무섭다’, ‘놀라다’, ‘걱정’, ‘울다’ 등 공포의 감정을 토로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웃기다’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정부 기관의 부실한 대처에 대한 실망감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번 지진에 땅만 흔들린 게 아니다. 허술한 대응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공적 신뢰에도 균열이 났다. 허물어진 신뢰 회복은 지진 복구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지진이 또 발생한다 하더라도 총체적 허둥지둥은 이번이 끝이어야 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