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의 노벨상’ 휴고상 수상 하오징팡의 ‘북경절첩’
지난해 류츠신(劉慈欣·53)이 소설 ‘삼체(三체)’로 중국은 물론이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휴고상(장편소설 부문)을 받은 데 이어 두 번째다. 중국 SF소설의 저력이 만만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책 제목의 ‘折疊’은 ‘접다’라는 뜻이어서 번역하면 ‘접는 베이징’이란 뜻이다.
‘1공간’은 상류층 500만 명이 사는 곳으로 오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24시간 동안 나타난다. 하루가 지나면 ‘1공간’에 있는 모든 건물은 바닥에 접힌 뒤 뒤집혀 밑으로 내려가고 ‘1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캡슐에서 하루를 지낸다.
‘1공간’이 뒤집혀 내려가면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6시간은 이른바 중류층 2500만 명이 사는 ‘2공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8시간은 하류층 5000만 명이 사는 ‘3공간’이 차례로 지표면에 나타난다. 1, 2, 3공간이 6순환로 안쪽 베이징을 48시간 주기로 24시간, 16시간, 8시간씩 사용하는 것이다. 한 공간의 사람들이 지표면을 차지해 생활할 때 다른 두 공간은 ‘접히고’ 그곳 사람들은 캡슐 속에서 대기하다 다시 나타난다. 다른 공간으로 허가 없이 이동하는 것은 벌금 징역 등 처벌을 받는다.
SF소설답게 황당하지만 베이징의 냉엄한 현실을 트랜스포머처럼 접히는 도시로 그려냈다고 현지 언론은 표현한다.
‘3공간’의 5000만 명 중 한 명으로 20년째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48세 남성 주인공 다오(刀) 씨의 한 달 급여는 1만 위안(약 180만 원)이다. 다오 씨가 2공간에 있는 한 대학생의 편지를 1공간에 있는 여성에게 전달하고 다시 3공간으로 돌아오는 것이 줄거리다. 다오 씨가 처벌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공간을 넘나드는 일에 나서는 것은 심부름 값 10만 위안을 벌기 위해서다.
2공간의 한 공무원 지망생은 아무리 노력해도 1공간의 고위 공무원이 될 수 없는 현실에 “정부가 너무 경직되어 있고 일처리가 너무 느리다. 시스템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이처럼 정치와 현실을 비판하는 건 중국에서는 이례적이다.
데뷔 10년차인 작가 하오 씨는 이공계 최고 명문 칭화(淸華)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경영관리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방랑하는 하늘(流浪蒼穹)’ ‘먼 곳으로(去遠方)’ 등의 작품을 썼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