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노력 않고 정부 도움 기대 안이” 조양호 회장 사재 400억 입금한날 직격탄 임종룡 “대한항공 600억 지원 불투명”
박 대통령은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진해운의 경우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이 매우 미흡했다”며 “해운이 마비되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도와줄 수밖에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이번에 국내 수출입 기업들에 큰 손실을 줬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그러나 정부 방침은 기업이 회생 절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식의 기업 운영 방식은 결코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 대통령은 “한진해운 직원들과 항만 업무 종사자들,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선원분들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마음이 매우 무겁다”라면서도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산업구조 개편을 미루거나 포기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물류대란’ 사태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의 자구 노력이 부족할 경우 정부가 혈세를 동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지원하기로 한 600억 원은 집행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 새누리당과 개최한 2차 당정 간담회에서 “자금이 최종적으로 들어올지 장담할 수 없다”며 “절차를 밟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항공 이사회는 한진해운의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를 담보로 잡고 6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잡으려면 해외 선사와 금융사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세계 2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는 지분 46%를 가진 2대 주주다. 현재 계약상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경우 MSC가 한진해운 지분에 대한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을 갖게 돼 있다. 한진그룹이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려면 우선 MSC가 이 콜옵션을 포기해야 하는데, MSC가 싼값에 지분을 살 기회를 포기할지 장담할 수 없다.
또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 지분과 부동산을 담보로 6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상태다. 지분을 추가 담보로 잡으려면 이 금융사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이 어려운 상황을 알고도 ‘생색내기용’으로 600억 원 지원안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강유현·장택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