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책마을 만든 박대헌 이사장… 일제강점기 양곡창고 개조해 고서점·헌책방·책박물관 등 조성
박대헌 삼례책마을 이사장(위쪽 사진)과 동서양 고서와 신문, 잡지, 음반 등을 갖춘 고서점 ‘호산방’. 박 이사장은 “동학농민혁명이 봉기한 곳으로 알 려진 삼례가 문화마을로도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례책마을 제공
지난달 29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문을 연 삼례책마을을 진두지휘하는 박대헌 이사장(63)은 자신감이 넘쳤다. 5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서는 들뜬 감정도 느껴졌다.
책마을은 고서점을 비롯해 절판 도서 10여만 권을 갖춘 헌책방, 북 카페, 책박물관, 북 갤러리 등이 들어선 3개 건물로 구성됐다. 일제강점기 무렵 지은 양곡창고를 개조했다. 양식창고가 ‘지식창고’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에게 책마을 건설을 제안한 완주군(군수 박성일)은 건물과 부지를 제공하고 사업비도 지원했다.
그에게 고서는 어떤 의미일까. “보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로 아름다워요. 병이라고 해도 좋을 이런 감정을 스무살 무렵 느꼈지요.”(웃음)
그는 고서가 결코 고리타분한 책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서양 술이 뭔지 아세요? 1653년 제주도에 표류한 하멜이 조선 관군에게 붙잡힌 후 내놓은 네덜란드산 레드와인이에요. 구체적인 역사와 지식이 담겨 있는 게 고서입니다.”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등 거장들이 표지화를 그린 책들은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마구 뛴단다.
책마을은 연중무휴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박 이사장은 운영시간을 차츰 늘리고 싶다고 했다. 보유한 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그는 “책의 가치를 아는 눈 밝은 분들은 멀리서도 꼭 찾아오실 거라 믿는다”고 했다.
“여러 나라의 고서를 가진 판매자와 이를 사려는 수집가들이 세계에서 모여드는 광경을 상상해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독자들의 관심이 필수적입니다. 절판된 책을 구하고 싶은 분, 책에 흠뻑 취하고 싶은 분들은 삼례로 오세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