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16여자야구월드컵 개최에는 오규석 기장군수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오 군수는 “기장군이 야구의 메카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기장(부산)|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세상을 더 낫게 바꾸는 힘은 결국 햄릿의 고뇌가 아니라 돈키호테의 행동일 것이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불멸의 고전으로 회자되는 이유는 그 작품 속에서 추구한 가치가 고결한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오규석 기장군수를 6일 기장군청에서 만났다. 한 사람의 리더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조금은 실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오 군수의 사심 없는 상상력이 없었다면 ‘기장군’과 ‘야구’는 영원히 서로 접점을 찾을 일이 없었을지 모른다. 아울러 한국여자야구연맹이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2016여자야구월드컵을 개최할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어쩌면 신의 가호로밖에 설명되지 않을 우연의 연속들이 여자야구월드컵의 기장 개최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 불가능을 가능케 한 핵심은 누가 뭐래도 오 군수의 승부사적 감각이었다.
오규석 기장군수. 기장(부산)|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365일 ‘군수복’ 차림으로 다니는 현장주의자
그리고 이 야구장이 없었더라면 한국의 여자야구월드컵 개최는 꿈조차 사치였을 터다. 한국여자야구연맹 정진구 회장은 “WBSC에서 실사단이 방문했을 때, 세부 조건이 꽤 까다로웠다. 오 군수가 두말하지 않고 전부 실사단 요구에 따라준 덕분에 개최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오 군수는 3일 개막식 날, 기장군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큰절을 올렸다.
오규석 기장군수. 기장(부산)|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기장을 한국야구의 메카로”
천운이 따랐는지 대표팀이 사상 최초로 쿠바를 꺾고, 슈퍼라운드 진출을 확정짓고 세계 6강에 갔다. 승부수가 적중한 오 군수도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성적이 나지 않았다면 비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기장군민들이 좋아해주고, 참가선수들을 환대해줘서 다행”이라고 웃었다.
여자야구월드컵이 열리는 기장-현대차 드림볼파크는 사방이 벌판인데도 예상보다 날벌레가 많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는데, 오 군수까지 나서서 방역 작업을 한 것이다. 기장군 곳곳을 차로 돌아다니며 길가의 쓰레기까지 줍는다. “군수가 직접 나서서 챙길 때와 그냥 시키기만 할 때, 직원들의 움직임이 다르다”고 오 군수는 말했다.
인터뷰 덕에 군수실을 슬쩍 볼 수 있었는데, 넓디넓은 군청 규모에 비해 군수 집무실이 턱없이 작은 것이 독특했다. 군청 직원은 “오 군수가 군청은 군민의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정작 군수실은 작게 사용한다. 군수실만 에어컨, 난방장치가 없다”고 귀띔했다. 군수실을 나오는데 “가장 힘없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정치”라는 세종대왕의 경구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할머니 민원인이 군청에 왔는데 오 군수가 바깥까지 배웅을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오규석 기장군수
▲1958년 9월23일생
▲철마초∼철마중∼기장고∼진주교대·대구대 행정학과·동국대 한의학과 졸업∼동국대 한의학 박사, 대구대·경성대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동국대 총학생회장 역임
▲기장한의원 원장
▲1995년 7월∼1998년 4월(기장군 민선 초대 군수)
▲현 기장군수
기장(부산)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