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한국 취재진과의 만남
달라이 라마는 그동안 자신을 ‘설법자’ ‘석가의 비구’등으로 소개해 왔다. 그는 이번 친견에서 “설법자를 사상가로 바꿨다. 승려들이 사상가가 돼야 한다는 취지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다람살라=공동취재단
지난달 30일 인도 다람살라에서 만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81)는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재치 있게 자신을 설명해 웃음을 선사했다. 자줏빛을 띤 티베트 가사 차림의 그는 관저 앞마당에서 친견(親見)을 온 신도 100여 명을 만난 뒤 접견실로 들어왔다. 그의 걸음걸이는 느리지만 힘찼고 악수를 건네는 손은 아기 손처럼 부드러웠다.
이날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는 지난달 29일부터 4일간 열린 다람살라 남걀 사원의 ‘아시아 법회’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온 3000여 명의 신도 앞에서 종교를 초월한 사랑과 자비심, 그리고 ‘젊은 생각’을 강조했다.
이런 젊은 생각은 그의 삶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1959년 중국에 점령당한 티베트를 떠나 인도 북서부 히말라야 고원지대인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운 그는 400년 넘게 유지돼온 ‘법왕(法王)’ 체제를 끝냈다. 2001년 제정분리를 통해 총리를 임명한 뒤 2011년 그 지위를 ‘시_(티베트어로 정치 지도자)’으로 높여 정치권력을 전부 이양했다.
중국의 반대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는 그는 ‘달라이라마방한추진회’ 상임대표인 금강 스님에게 “앞으로 몇 년을 기다리면 되느냐”며 웃으며 말했다.
그는 또 “아시아 불교 국가 중에서 일본밖에 가보지 못했다. 한국을 방문하면 맛있는 김치를 먹고 싶다”고 했다.
달라이 라마는 “방한은 중국의 태도 변화와 한국인의 순수한 소망이 어우러진다면 곧 가능할 것”이라며 “느긋한 마음을 갖자”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 열리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언급하며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있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달라이 라마는 종교의 이름을 내건 테러와 폭력에 대해 반대의 메시지를 분명히 밝혔다. “세상 70억 인구에게 내 종교만 믿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게 말이 됩니까. 종교인이라면 내 신앙만큼 이웃 종교를 존중하고 타인을 이롭게 하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다람살라=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