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굿바이 동물원(강태식·한겨레출판사·2012)
요즘 시내 곳곳에서 안내판을 들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람 왕래가 많은 건널목이나 지하철역 앞에서 가게 이름과 방향 표시가 담긴 안내판을 들고 몇 시간이고 가만히 서 있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길 한쪽에 가만히 서서 광고 문구가 씌어진 현수막을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늘 하나 없는 도심 한복판에서 불볕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서 있는 그들은 때론 망부석을 연상하게 한다. 그들이 눈에 띌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진다. 땀으로 흠뻑 젖은 그들의 옷 때문만이 아니다. 광고판이나 현수막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그들에게서 엿보이는 현실의 가혹함 때문이다.
이 책은 사람 구실을 하고 싶어서 사람이기를 잠시 포기한 이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실직한 30대 가장이다. 아내가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는 동안 마늘 까기나 인형 눈 붙이기 등과 같은 부업을 하지만 벌이가 시원찮다. 마침내 찾아낸 일자리는 동물원에서 고릴라 탈을 쓰고 고릴라 연기 하기다. 이곳의 동물들은 모두 주인공처럼 동물 탈을 쓰고 동물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주인공의 동료 고릴라 ‘앤’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0대 여성이다. 그녀의 꿈은 ‘번듯한 직업을 구해서 사람답게 살기’다. 이를 위해 그녀는 낮에는 동물원에서 고릴라 연기를 하고 밤엔 시험공부를 하며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