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인자라는 소리는 안듣겠죠?”
오혜리(28·춘천시청)는 20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급에서 금메달을 딴 뒤 2인자 이미지에서 벗어난 것을 무엇보다 기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발 뻗고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리우로 떠나기 전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누구에게 가장 미안할 것 같냐”는 질문에 “그럴 일은 없다. 꼭 금메달을 걸고 1인자가 돼 돌아올 것”이라고 했던 오혜리다.
오혜리에게는 그동안 ‘2인자’, ‘국내용’이라는 꼬리표가 줄기차게 따라다녔다. 오혜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년 선배 황경선에 밀려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보름가량 앞두고 허벅지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역시 출전의 꿈을 접어야 했다. 당시 오혜리는 24세. 4년 뒤 리우 올림픽을 생각하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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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런던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부상을 당했을 때 오혜리가 리우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태권도인은 거의 없었다. 오혜리는 국제종합대회 국가대표 선발전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리우 올림픽 전까지는 올림픽은커녕 아시아경기에도 나간 적이 없다.
오혜리는 실패와 부상을 당할 때마다 짜증도 많이 내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울고불고 한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나 싶더라구요. 마음을 편하게 먹고 딱 한 번만 더 도전해 보기로 했죠.”
오혜리는 지난해 12월 기준 세계태권도연맹(WTF)의 올림픽 체급 랭킹 6위 안에 들면서 2전 3기 끝에 올림픽 무대를 밟는데 성공했다. 오혜리는 “리우 올림픽 전까지는 내 차례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근차근 준비를 잘 했기 때문에 나한테 주어진 기회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 금메달로 그는 ‘국내용 선수’라는 꼬리표도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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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전 3기의 도전 끝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2인자’, ‘국내용’의 설움을 한방에 날린 오혜리는 서른이 되는 2년 뒤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까지 계속 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