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혹평 속 영화 흥행몰이 포털사이트서 평론가 평점 3.41점…개봉 후 관객 평점 8.59점으로 극명 전문가는 ‘무조건적 애국주의’ 비판…관객은 ‘민족 비극 잊지말자’ 옹호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해군 장교 장학수(이정재·오른쪽)와 인민군 장교 임계진(이범수)이 서로 총을 겨누고 있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와 관객의 평가는 서로 총을 겨눈 것처럼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평론가들은 수준 이하로 평가 절하한 반면 관객들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CJ E&M 제공
지난 주말 영화 ‘인천상륙작전’ 표를 예매하기 전 포털사이트에서 평점을 참고했다면 선택이 쉽지 않았을 수 있다. 한 영화를 두고 관객과 평론가들의 평이 크게 엇갈린 탓이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부산행’이 1점대(평론가 7.16, 관객 8.55), ‘제이슨 본’(평론가 6.08, 관객 8.45)이 2점대 차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유별난 현상이다.
지난달 20일 ‘인천상륙작전’ 시사회가 끝난 후 평단은 혹평을 쏟아냈다. 영화잡지 ‘씨네21’의 ‘20자 평’ 코너에서는 평론가 5명이 평균 1.8점(5점 만점)의 평점을 줬다. “멸공의 촛불” “겉멋 상륙, 작전” “반공주의와 영웅주의로 범벅된, 맥아더에게 바치는 헌사” 등의 조롱 섞인 평이 주를 이뤘다.
영화를 본 관객만 별점을 남길 수 있는 CGV 애플리케이션에서도 관객 3만2629명의 평가를 종합한 ‘골든에그 지수’가 89%(Great·최상위등급)로 높게 나왔다.
이런 간극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연평해전’ ‘고지전’ ‘국제시장’처럼 우리나라의 가슴 아픈 역사를 다룬 영화는 평이 크게 엇갈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개봉하기도 전에 ‘시대를 역행하는 국뽕(무조건적인 애국주의를 비하하는 용어) 영화’ 논란에 휩쓸리며 평단의 미움을 받고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한 영화 평론가는 “평단의 일반 관객과 동떨어진 난해한 평론에 대한 반발심이 ‘과하게’ 후한 관객 평점을 유도한 면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 적지 않은 관객이 “우리 민족의 비극을 잊지 말고, 나라를 지켜 주신 분들께 감사하자는 영화를 왜 폄훼하나” “평론가 평점 믿지 맙시다” 등의 후기를 올리고 있다. 또 ‘디 워’(2007년)처럼 역사 소재가 아니더라도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등으로 미국 개봉이 확정된 영화를 평단이 허술한 스토리 등의 이유로 혹평한 것이 누리꾼의 애국심을 자극하면서 ‘디 워’ 밀어주기 현상이 일어나 785만 관객이 들기도 했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요즘 젊은 관객은 평점은 어디까지나 참고용일 뿐 ‘직접 보고 결정한다’는 마인드가 강해 혹평 속의 흥행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