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아롬 발디리스(34).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2016시즌 후반기의 문이 열린 19일 잠실구장. 지나간 전반기는 뒤로한 채 홈팀 두산과 원정팀 삼성은 무더운 여름날을 맞이했다. 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렸지만 선수들은 휴식 대신 연습으로 후반기 첫 게임을 준비했다.
팽팽한 투수전 속에서 승부 자체는 훌륭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있었다. 2회초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삼성의 외국인선수 아롬 발디리스(34). 그는 장원준의 4구째에 힘차게 스윙을 돌렸고, 이내 공은 하늘 높이 떠올랐다. 포수 양의지가 미트를 뻗어 타구를 잡겠다고 제스처를 취하려는 순간, 발디리스는 이미 고개를 숙인 채 3루 덕아웃으로 향했다. 아직 미트에 공도 들어오기 전이었음은 물론 주심이 아웃 선언을 채 하기도 전이었다. 그러나 발디리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레 포기하는 자세를 취했다.
같은 상황은 다음 타석에서도 이어졌다. 5회 선두타자로 나온 발디리스는 다시 장원준의 4구째를 노려쳐 포수 위로 공을 날렸다. 그의 자세는 이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2회와 마찬가지로 발디리스는 타구를 끝까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몸을 덕아웃으로 돌렸다. 이번에도 심판의 콜은 발디리스가 벤치에 다다를 때쯤에야 들려왔다. 타자 본인조차 기대감을 갖지 않고 타석 기회를 포기하려는 자세에 삼성 덕아웃이 일순간 조용해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동료의 행동에 위로를 건네려는 선수 역시 보이지 않았다.
잠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