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國 130개 도시서 한달간 음악축제… ‘원 먼스 페스티벌’ 기획 박창수씨
우리 주변 일상의 공간에서 공연 예술을 즐기자는 취지로 ‘2016 원 먼스 페스티벌’을 기획한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이런 ‘하우스콘서트’를 15년째 여는 음악인이 이달 1일부터 31일까지 한국을 주축으로 26개국 130개 도시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를 기획했다. 예술가 1500여 명이 클래식, 재즈, 실험 음악 등을 선보이는 ‘2016 원 먼스 페스티벌’이다. 무대도 슈베르트 생가, 왕립수도원, 도서관, 식물원, 학교 등으로 넓어졌다. 주인공인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52)를 최근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집에서 만났다.
하우스콘서트를 집 밖으로 끄집어낸 이유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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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조사한 바는 이렇다. 전국에 500석 이상의 공연장은 약 400곳. 하지만 대부분 연 10회 공연에 그쳤다. 80% 안팎의 예산을 트로트 가수 공연에 투입하고 나머지를 쪼개 클래식 국악 등 ‘기초 문화’ 공연에 쓰는 식이었다.
“하드웨어(공연장)와 소프트웨어(연주자) 모두 풍부한데 기가 막혔죠. 돈 되는 문화에만 매달리는 건 위험해요. 대중문화가 열매라면 기초 문화는 씨앗이에요. 베토벤이나 바흐가 없었다면 대중음악도 지금과 달랐겠죠. 기초 문화가 떠받쳐 주지 않으면 남이 한 걸 따라 하는 수밖에 없어요.”
2013년 7월 12일(하우스콘서트 시작일) 전국 문화예술회관 65곳에서 일제히 음악회(하우스콘서트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 사건)를 열면서 그의 도전은 시작됐다. ‘관객이 올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만석인 공연장이 속출했다. 자신감을 얻어 2014년 한중일 3국에서 한 달간 ‘원 먼스 페스티벌’을 열었다. 2015년엔 유럽으로 개최국을 늘렸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가야금 명인 황병기, 피아니스트 김선욱 등 쟁쟁한 인물도 무대에 올랐다.
“큰손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지만 정부와 대기업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 연주자는 작은 콘서트 특유의 분위기에 매료돼 흔쾌히 공연을 수락한다. 이름을 얻기 전부터 공연했던 의리로 참여하는 연주자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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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만큼 기초 문화의 가치도 인정받았으면 해요. 돈이나 인력이 많지 않아도 잘 놀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요.”
보름째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공연계의 독립투사’는 “두고 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축제 리허설장으로 향했다.
원 먼스 페스티벌은 이달 1일부터 31일까지 국내에서는 예술가의집과 서울시 시민청, 세종문화회관, 지방의 문화예술회관, 산골 초등학교, 카페 등 96곳에서 155개의 공연이 열린다. 02-576-7061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