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이케아, 한국선 버젓이 팔아
이케아 ‘말름’ 서랍장.
13일 이케아코리아에 따르면 이케아는 ‘말름(Malm)’ 서랍장 등 총 33개 서랍장 제품에 대해 소비자가 원하면 환불을 해주는 자발적 리콜을 하고 있다. 이 서랍장들은 국내에서 2014년 12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10만여 개가 팔려 나갈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 제품들은 원래 못으로 벽에 고정시킨 뒤 사용해야 하지만 시멘트벽에 이를 고정하기가 쉽지 않아 대부분의 소비자가 이를 따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아이들이 서랍장에 올라타거나 매달리는 경우 서랍장이 앞으로 넘어지면서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해당 제품이 3600만 개가 팔린 미국에서는 유아를 포함한 어린이 6명이 넘어진 서랍장에 깔려 사망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 같은 사고가 접수된 적은 없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벽에 고정시킨다면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는 제품이지만 소비자가 원하면 환불을 해주거나, 서랍장 고정 장치를 무료로 보내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케아의 조치에 대해 한국의 소비자를 무시한 처사라는 반발도 나온다. 이케아는 사고가 발생한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환불 조치와 함께 해당 서랍장들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윤경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국 안전감시팀장은 “미국에서는 안전하지 않다며 판매를 중단한 제품이 한국에 오면 안전해진다는 것이냐”며 “안전 문제에선 국가별로 차이를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이달 4일 이케아코리아를 대상으로 유통 현황 자료 등을 받아 리콜 조치의 적정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주영준 국표원 제품안전정책국장은 “현재 자료를 검토 중이며 환불 등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안전성 조사를 거쳐 강제 리콜 등 행정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