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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핀테크 성패, 데이터 공유에 달렸다

입력 | 2016-07-11 03:00:00


정연대 코스콤 사장

최근 금융권의 가장 큰 화두는 두말할 것 없이 핀테크(금융기술)다. 정부는 금융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다양한 핀테크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회사들도 신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형 금융사들은 생존을 위해 핀테크 따라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보기술(IT)은 진정한 금융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발판이다. 머신러닝(기계학습·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성능을 높이는 것)을 기반으로 한 알파고와 영미권을 중심으로 발달한 핀테크 산업, 세계 곳곳에서 도입 중인 블록체인까지 각국의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는 대변혁의 중심에 IT가 있다.

핀테크 산업은 그 특성상 개방된 환경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회사들은 기존 금융사들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동시에 자신들의 콘텐츠를 기존 금융서비스 위에 올려야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기존 금융사들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고유의 업무영역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종 데이터 및 서비스 융·복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IT를 활용해 세계 최초로 금융권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핀테크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이 사업의 핵심은 각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계좌 정보 등의 금융정보 데이터를 이종(異種)업계, 즉 기존 금융사와 스타트업 회사 등이 공유하는 것이다. 코스콤도 국내 자본시장의 IT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핀테크 오픈 플랫폼은 계좌 정보와 거래 명세 등 각 금융사가 가진 금융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하기 때문에 스타트업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개방형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스타트업 회사들이 좀 더 쉽게 각 금융사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게 한다. 공통의 보안 모듈을 제공해 사업 개발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 정보를 가진 기존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그들이 핀테크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기초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기관들은 아직 데이터 공유에 다소 미온적이다.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금융혁신을 이뤄내는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데이터 공유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입장 변화가 이뤄져야 할 때다.

한국은 현재 많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청년실업, 주요 산업의 불황, 신성장 산업 육성의 지연, 금융 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 돌파구가 쉽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핀테크 오픈 플랫폼을 통해 금융 관련 빅데이터가 제공되면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알파고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는 미국, 영국 등 핀테크 선진국처럼 국내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알파고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이세돌 9단을 이겼다. 핀테크 오픈 플랫폼 등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양한 데이터 공유가 이루어지면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종 간 서비스 융합과 재구조화가 가능할 것이다.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서 핀테크가 활짝 꽃피울 수 있도록 정부, 금융기관, IT 기업들이 긴밀히 협력하고 노력해야 할 때다.

정연대 코스콤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