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세계의 리더 된 것… ‘마그나카르타’ 같은 제도 덕분 바른 제도의 선택기준은 정치 이념 빈부를 넘어서야 지금 한국의 불안정성은 좋은 정치, 경제, 인권 위한 인센티브 취약하기 때문… 저성장 해결 위한 제도 개혁 필요
조장옥 객원논설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하지만 영국이 이렇듯 냉정한 견해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으리라고 본다. 영국에서 EU로 접근할 때 거래 비용이 증가하면 영국을 발판으로 삼은 다국적 기업이 떠날 것이고 금융 중심으로서 런던의 위치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자고로 고립을 추구해 번영한 나라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는 영국의 미래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임에는 틀림없다. 영국이 어떤 나라인가. 해가 지지 않는다는 제국이지 않던가. 식민지 미국을 잃음으로써 한 번 꺾이긴 했지만 산업혁명을 통해 세계 정치·경제의 리더로 거듭남으로써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는 번영을 구가했다. 20세기 초 미국에 리더 자리를 넘기기 전까지 영국은 번영의 전범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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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리더로서 영국의 부침, 그리고 브렉시트를 보면서 한 나라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곰곰 생각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제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특히 제도는 정치와 이념, 빈부와 감정을 넘어 냉철한 기준에 따라 도입돼야만 한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그 기준이 따라야 할 첫째 덕목은 인센티브다. 제도의 선택은 국민이 열심히 일하고, 자신과 나라를 사랑하고, 나아가 이웃과 세계를 위해 헌신하게 만드는 인센티브를 얼마나 제공할 것인가라는 단순한 원리에 따라야만 한다. 제도가 부정부패와 태만, 당파와 투쟁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때 그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한데 그런 제도를 선택한 경우는 역사에 비일비재하다.
우리는 너무도 숨 가쁘게 여기까지 왔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열심히 일하게 하는 것인지, 무엇이 우리의 다음 목표인지, 이웃과 세계는 우리에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거나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남들은 그 사이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하는데, 어느덧 빈부 문제, 양극화, 저출산, 저성장 같은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산적했고 정치적으로는 권력 집중과 대의민주주의의 폐해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은 과연 이 나라가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제도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겪는 불안정성은 좋은 정치, 좋은 경제, 좋은 문화, 좋은 인권을 위한 인센티브가 취약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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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회의장과 야당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다분히 정략적인 냄새가 난다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바른 제도 선택을 위한 기회라는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다. 차제에 인센티브를 담보하는 제도의 개혁을 이루어 미래 백 년을 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장옥 객원논설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