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TN 공식 페이스북 영상 캡처
“우리나라의 원조를 받은 ‘아프리카 아이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이 흐뭇하신가요. 저는 부끄럽습니다.”
최근 YTN 공식 페이스북에 가나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부르고 있는 영상이 올라오자 한 누리꾼이 남긴 댓글이다. “잘 부르네요. 흐뭇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올라온 이 영상 상단에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애국가’라는 자막이 보인다.
YTN의 설명에 따르면 유엔세계관광기구 스텝재단은 지난 2007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도상국 20개국에 작은 도서관을 짓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YTN은 “올해 초 175번째로 작은 도서관을 선물 받은 아프리카 가나 오수초등학교 학생들이 특별한 노래 선물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생들이 도움에 감사해서 스스로 찾아 배우고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모국어도 아닌 언어로 애국가를 부르기까지 과정은 어땠을까”라고 지적했다.
또 “자국민이 불러야 진정한 의미의 국가다. 타국민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그 대가로 부르라’는 것은 수치를 주는 행위” “이만큼 베풀었으니 고마워하라는 뜻인가, 국제원조는 수혜대상자의 자립으로 이해해야지, 선정과 은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 누리꾼은 아프리카 대륙을 하나의 국가로 일반화하며 ‘도움을 받는 대상’으로 객체화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과거 우리나라 아이들이 미국 국기를 들고 미국 국가를 부르는 영상을 미국의 한 방송사에서 방송하는데, 아이들을 ‘아시아 아이들’이라고 표현했다면 어떻겠나”고 꼬집었다.
국제원조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자랑스러운 애국가와 태극기를 보이기 위한 도구로 쓰지 말자”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하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 성과를 보여야만 원조가 가능한가”라는 댓글을 남겼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