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조선업이 호황일 때만 해도 이 아파트의 매매가는 3.3m²당 1000만 원대였지만 지금은 800만 원 중반대에 내놔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A 씨는 “주변에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를 줄줄이 내놓고 있어 매매가 안 된다”며 “집이 안 팔리고 실업자 생활이 계속되면 조만간 대출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조선 빅3’와 협력업체가 밀집한 울산 및 경남 거제시의 지역경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고 부동산 시장 침체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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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 기간 거제시의 예금은행 대출금은 463억 원 늘었다. 특히 저축은행,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협 등 비(非)은행 금융기관의 대출은 지난해 11월 3조5570억 원에서 올 3월 3조6808억 원으로 1238억 원이나 증가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이 있는 울산도 마찬가지다. 3월 말 현재 울산 예금은행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보다 2505억 원 늘었고,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은 4069억 원 급증했다.
이 지역들에서 실직 등으로 은행권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서 생계형 대출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울산과 거제 지역의 고용 상황이 악화돼 이 같은 추세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달 거제시가 포함된 경남 지역 실업률은 3.7%로 작년 동월보다 1.2%포인트 올라 전국에서 실업률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울산 지역 실업률도 0.1%포인트 올랐다. 앞으로 2년 반 동안 조선 빅3가 인력 30% 이상을 감축할 계획이어서 이 지역의 실업률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협력업체와 해당 지역 자영업자가 받는 타격까지 감안하면 실업대란이 현실화하면서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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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imsoo@donga.com /울산=정재락 /창원=강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