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지 국립발레단 명예감독 김용걸 한예종 무용원 교수
최태지 국립발레단 명예 예술감독(왼쪽)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용걸 교수는 만나자마자 기자가 끼어들 틈도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김 교수는 8월 최 감독과 함께 발레 불모지 중 한 곳인 제주도에서 발레 강의와 공연을 할 예정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 발레가 단기간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로 선구자들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12년간 국립발레단 단장을 맡았던 최태지 명예 예술감독(57)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의 김용걸 교수(43)의 공이 작지 않다.
최 감독은 국립발레단 단장 시절 ‘해설이 있는 발레’ ‘찾아가는 발레’를 처음 시도했고 발레리나 김지영 김주원을 앞세운 ‘스타 마케팅’을 펼쳤다. 유리 그리고로비치 등 전설적인 안무가의 작품을 받아 세계적인 레퍼토리도 구축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이들은 서로의 근황과 한국 발레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많이 바쁘다면서?”(최 감독) “국립오페라단 ‘루살카’와 3, 4일 열리는 갈라 안무를 맡은 데 이어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제 작품이 올라가 연습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세요?”(김 교수)
“지방에서 발레 강의나 공연 요청이 오면 그곳에 가서 발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서울에서는 발레를 쉽게 볼 수 있지만 지방에서는 여전히 발레를 보기 힘들잖아.”(최 감독)
“그렇지. 지금은 콩쿠르 나갔다 하면 상을 타 오는 시대가 됐어. 요즘에는 해외 안무가들이 수준 높은 무용수들과 일하고 싶다며 서로 한국에 오려고 할 정도야.”(최 감독)
이들의 대화 중에서 김기민의 이야기는 단연 화제였다. 최 감독은 김기민의 모스크바 콩쿠르 출전 당시 심사위원이었고, 김 교수는 김기민을 위해 특별코치를 맡기도 했다.
“한국 무용수로서 정점을 (김)기민이가 찍은 것 같아요. 저와 기민이를 비교한다면 비교가 민망할 정도죠. 기민이는 24시간 발레만 하는 아이였어요.”(김 교수) “기민이도 너 같은 멘토가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나중에 기민이가 후배 무용수들의 멘토가 되는 시대가 온다면 그때 한국 발레가 세계 정상에 서지 않을까 싶어.”(최 감독)
두 사람은 한국 발레의 수준이 높아졌다지만 이는 무용수에 국한된다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여전히 외국 발레단에 비해 공연장도 적고, 발레단도 적은 게 문제예요. 무용수는 무대에 서야 발전하는데 안타까워요. 잘하는 무용수 100명이 있어도 10명도 살아남지 못해요. 어쩔 수 없이 무용수들이 해외에 나갈 수밖에 없잖아요.”(김 교수) “발레 등 순수예술이 좀 더 발전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어. 결국 문화가 국민의 행복지수를 올려줄 수 있는데 말이야. 발레단과 무용학과들이 점점 없어지는 상황이니 안타까워.”(최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