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청에 기념 현수막 내걸고 1일 ‘채무 제로 선포식’ 개최 “SOC 등 빚 내서 중장기 투자해야”… 일부 시민단체-야권 비판 쏟아내
경남도 내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기자회견에서 “경남도의 채무 제로 운동으로 시군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도청 건물 양쪽에는 대형 현수막 2개가 내걸렸다. 경남도는 1일 오전 신관 대회의실에서 ‘채무 제로 선포식’을 개최한다. 이어 홍준표 경남지사는 도청 정원에 채무 제로를 기념해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가계의 빚이 늘어나는 가운데 긴축재정을 통해 채무를 모두 없앤 경남도의 ‘실험’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경남도의 ‘자찬(自讚)’과 달리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론도 드세다. ‘주민 참여형 예산절감’이 아닌 탓이다. 예산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재정 전문가인 손희준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지방자치위원장)는 “기초자치단체라면 몰라도 광역단체의 채무 제로는 자랑할 일이 아니다”며 “중장기 계획을 세워 일부 빚을 지더라도 사회기반시설(SOC), 청년실업, 사회복지 등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대 간 공평성’ 측면에서 미래 세대에 재정 부담을 떠넘겨서도 안 되지만 현 세대가 모두 짐을 지는 것도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이상석 ‘좋은 예산센터’ 부소장도 “아버지만 빚이 없다고 전체 가족의 빚이 사라지느냐”며 “경남도 본청의 채무뿐 아니라 임대형민간사업(BTL)의 이자, 외청 채무, 보증 채무 등도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소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지자체가 ‘마중물 예산’을 통해 투자 유도를 하면서 경기 침체가 심각한 거제시 등 시군의 사정도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시민사회와 야권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신규 공사 중단과 각종 기금 폐지의 문제를 지적한다. 더불어민주당 경남지방의원협의회는 “시군에 내려갈 돈을 주지 않고 채무 제로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녹색당과 정의당 경남도당도 “공공성을 배제한 채 빚을 갚는 것은 도민 희생 강요이자 부끄러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시군에서 모인 학부모들도 “누구를 위해 빚을 갚았는지는 모른지만 적어도 학부모, 학생은 행복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