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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SNS 민심]시댁에 신경쓰는 엄마, 남편과 소통을 원해

입력 | 2016-05-13 03:00:00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

올해도 가정의 달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사정이 여유롭지 않아도 남편이자 가장으로서 뭔가 마음을 써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 회사는 작년 동아일보 창간 기념 특집으로 가족 인식의 변화를 빅데이터로 분석했었다. 2010∼2013년 엄마들에게서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염원이 가장 크게 드러났다면 2014∼2015년에는 엄마들이 아이의 자존감을 점차 중요시하고, ‘미안’, ‘사랑’, ‘이해’와 같은 말들을 보다 많이 썼었다. 올해 들어 엄마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까.

‘82쿡’은 젊은 엄마들이 요리와 육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다. 사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공적인 이슈들에 대해서도 가감 없는 생각들이 서로 오간다. 올 1월부터 최근까지 273개의 가족 관련 게시글과 4285개의 답글들을 수집했다. 의미망을 보면, 엄마는 여전히 가슴이 아프고 걱정할 것이 많은 사람이다. 특히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아이를 위시하여 남편이나 시누와의 관계, 시부모의 생신 선물을 챙기는 일 등이다.

엄마는 전통적인 관혼상제에 충실한 삶을 이어가지만, 여러 종류의 관계 속에 치이는 본인의 정체성과 갈등을 드러낸다. 본인과 생각이 달라 무섭게만 다가오는 아이의 선생님, 각종 모임 속에서 본인에게 기대되는 역할, 사람들과 겪게 되는 기분 나쁨 등의 주제들을 읽어 가다 보면, 엄마 혹은 아내가 개인으로서 오롯이 쉴 자리는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그래도 남편밖에 없는 걸까. 그녀는 전화를 건다. 남편이 안 받으면 ‘하루 종일’ ‘친구’나 ‘친정 엄마’와 얘기한다. 작년의 ‘남편’은 ‘생활비’, ‘바람’, ‘짜증’, ‘이혼’ 등의 키워드와 이어져 있었다. 올해의 남편은 무엇보다 ‘연락’해서 ‘얘기’가 필요한 사람이다. 저녁에 한솥밥을 먹으며 여유 있게 얼굴을 마주 보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나 보다. 생각해 보니 나도 그렇다. 이번 달엔 잊지 말고 점심때 아내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점심은 잘 먹었냐고.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