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묘소 찾아가 눈물 흘리고… 인터뷰 태도도 180도 달라져 캠프대변인 “막말은 선거용 전략… 단, 범죄척결 발언은 농담 아니다”
소재를 가리지 않고 험담과 막말을 쏟아내 입이 험하기로 이름난 ‘필리핀의 트럼프’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71)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부모의 묘소를 찾아가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당선 결과를 겸손한 자세로 받아들이겠다”며 납작 엎드렸다.
두테르테 시장은 당선이 확정된 10일 새벽 다바오 시에 있는 부모 묘를 찾아가 무덤에 입을 맞춘 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엄마 도와주세요” “저는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I‘m just a nobody)”라고 말하며 흐느끼기도 했다. AP통신 인터뷰에서는 “극단적으로 겸손한 자세로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받아들이겠다”며 “업무 시간뿐만 아니라 잠자는 중에도 나랏일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마닐라 만에 버리겠다” “자식이라도 마약을 하면 죽이겠다” 등 막말과 기행을 이어가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미국 CBS 방송은 “필리핀의 트럼프가 당선 이후 부드러워졌다”고 전했고, 현지 언론은 “마마보이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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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범죄 척결과 관련된 강경 발언만은 농담이 아니라고 했다. 두테르테 시장은 범죄 예방을 위해 오후 10시 이후 미성년자 통행 금지, 새벽 시간 공공장소에서의 주류 판매 및 음주 금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두테르테 시장의 당선이 확정된 10일 필리핀주가지수(PSEi)는 전날보다 2.6% 오른 7,174.88에 마감됐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