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에 멍드는 대한민국]<中>법적으로 문제되는 ‘충동 악플’
본보 취재진과 함께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악플을 살펴본 김 변호사는 “실제 고소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지만 뜯어보면 어렵지 않게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악플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악플 주고받으며 ‘악플 폭주’
이날 누리꾼들은 악플과 게시물로 송 씨에게 비속어로 된 욕을 퍼부었다. ‘병신’이나 ‘씹○○’ 등의 욕설에 더해서 성기 크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모두 모욕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에 송 씨가 방송에 출연했던 자료를 모아 ‘이차방정식을 풀지 못했다’고 주장한 글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송 씨만을 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송 씨를 옹호하는 글에 악플을 달면서 글쓴이와 다툼을 벌이는 모습도 관찰됐다. 누군가를 비난할 수 있는 계기가 있을 때 온라인 공간에서 서로 악플을 달며 공방전을 벌이는 행태도 흔하다.
표절 논란에도 불구하고 송 씨가 일반인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추었다는 글이 올라오자 이 글쓴이에게 ‘그냥 병신이구먼’, ‘×지잡 티나네’, ‘병신○○’ 등의 표현을 쓴 악플이 여러 차례에 걸쳐 달렸다. 글쓴이도 이 악플에 대응하면서 송 씨를 젖혀놓고 또 다른 다툼이 벌어진 상황. 김 변호사는 “악플에 악플을 달면서 싸우는 것은 온라인 공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쌍방이 서로를 모욕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허세와 오해, 그릇된 팬덤… 악플의 ‘뿌리’
여기에 ‘온라인은 해방구’라는 잘못된 인식이 아직도 널리 퍼져 있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국내 최초로 동성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영화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관련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단 혐의로 지난해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중학생 이모 군(16)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범죄라는 생각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댓글에서 ‘게이 ××’, ‘똥꼬충’, ‘벌레만도 못한 ××’ 같은 표현을 쓰면서도 범죄를 저지른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것이다.
비뚤어진 정의감이나 그릇된 팬덤이 만들어 내는 악플도 적지 않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을 무작정 비난하는 악플을 지속적으로 올리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라이벌을 계속 비방하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 늘어나는 악플에 법원은 처벌 강화
생활에서 온라인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악플 등을 더 강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지난해 10월 서울고법은 블로그 게시 글로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파워블로거 이모 씨(53·여)에게 2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통상 명예훼손 배상액이 1000만 원을 넘는 경우가 드문 점을 감안할 때 인터넷 공간에서의 명예훼손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취지로 풀이되는 판단이다. 당시 재판부는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현실과는 달리 일회적이거나 휘발적이지 않고 피해가 광범위하다”며 배상액을 1심(500만 원)의 4배로 늘렸다. 이 씨의 블로그는 당시 하루 평균 방문자가 3만∼4만 명에 이르렀다.
이런 흐름과 관련해 대법원 관계자는 “인터넷은 물론이고 모바일 기기 활용까지 크게 늘어나면서 악플 등으로 인한 명예훼손의 파급효과가 상당히 클 수 있다는 점을 전국 법원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