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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외신기자 120여명 초청해놓고… 대회장 취재는커녕 출입도 차단

입력 | 2016-05-07 03:00:00

[北 36년만의 黨대회]




북한이 노동당 제7차 당 대회를 취재하라며 기자들을 대거 초청했지만 정작 당 대회 취재는 불허하고 비공개로 진행해 빈축을 샀다. 기자들은 개회 시간조차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대회장에서 수백 m 떨어진 곳에서 주변 분위기를 소개할 뿐이었다. 북한은 대회 전날까지도 당 대회 개최 시간과 장소 등 기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교도통신과 NHK,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북한이 120여 명의 외국 취재진을 대회장인 4·25문화회관 길 건너 200m 떨어진 곳까지 안내해 대회장 외관을 촬영하게 했지만 내부 입장은 허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보도진은 농락당했다”며 “(북한은) 오후 당 대회와 직접 관계가 없는 전선 공장을 취재하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북한이 개최 기간을 포함해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기자들은 길 건너 보이는 행사장 앞의 움직임을 통해 내부 상황을 추측해 보도했다. 스티븐 에번스 BBC 기자는 “행사장 앞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개인 경호원들이 있다. 그가 대회장 안에 있다”고 전했다. NHK는 오전 10시 이전에 4·25문화회관 앞 주차장에 대회 참석자들을 태우고 온 것으로 보이는 수십 대의 대형 버스와 승용차가 정차돼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 취재 경험이 여러 차례 있는 CNN 정도만 북한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대회가 오전 9시에 시작됐으며 약 3000명의 당원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김 제1비서의 총괄 보고를 통해 핵과 미사일 개발의 성과를 ‘실적’으로 전면에 제시한 모양”이라고 전했다.

거액을 들여 이번 초청 취재에 응한 서방 기자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영국 BBC 기자는 “참석자 수천 명이 (김정은의) ‘비공식 대관식’으로 여겨지는 잘 짜인 지지 행사’를 위해 모여 있다”고 비꼬았다. NHK는 “1980년 당 대회에는 118개국 대표단이 초대됐으나 이번에는 외국 고관들의 참석 예정 사실이 전해지지 않았다”며 ‘나 홀로 행사’ 분위기를 전했다. CBS방송 기자는 체류한 호텔의 낡은 전화기를 보여주며 “호텔이 1980년대에 지어졌다.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에번스 기자는 “취재진 4명에 1명씩 감시원이 배치됐다. 화장실까지 따라 온다”며 “촬영한 영상 일부를 삭제하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도쿄지국장인 애나 파이필드 기자는 이날 오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트위터 생중계 플랫폼인 ‘페리스코프’를 통해 당 대회장 주변에서 두 차례에 걸쳐 27분 23초간 생방송을 진행했다. 파이필드 기자는 “여기 보이는 것은 북한 당국이 바깥에 보여 주고 싶은 모습이고 북한의 진실한 모습은 전혀 다르다. 이것이 현재 내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