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시티, 창단 132년만에 프리미어리그 첫 우승 라니에리 감독의 ‘아버지 리더십’… 최약체 평가 깨고 0.02% 기적 바디-캉테, 명문구단서 뜨거운 구애… 마흐레즈 이적료 414억원까지 껑충 도박업체 배당금액도 120억원 돌파
라니에리 감독
‘여우 군단’(레스터시티의 애칭)이 마침내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2015∼2016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강등 후보로 꼽혔던 레스터시티가 우승을 확정한 3일 잉글랜드 중부에 위치한 인구 30만 명의 작은 도시 레스터는 광란의 파티장이 됐다. 관공서와 시내 상점마다 레스터시티의 엠블럼이 그려진 깃발이 펄럭였고, 레스터시티의 안방인 킹파워 스타디움에 모인 팬들은 영국 그룹 퀸의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을 밤새도록 불렀다. 레스터시티의 구단주 비차이 스리바다나쁘라바의 나라인 태국과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의 모국인 일본에서도 레스터시티의 우승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다.
○ 0.02%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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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도 우승 축하 파티 EPL 우승을 차지한 레스터시티 선수들이 영국 멜턴 모브레이에 있는 제이미 바디(앞줄 오른쪽)의 집에 모여 우승 축하 파티를 하고 있다. 바디는 “레스터시티 역사상 가장 큰 영광을 팀의 일원으로 누리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레스터시티 홈페이지 캡처
우승의 영광은 팬들에게도 돌아갔다. 영국의 일간지 미러에 따르면 개막 전 레스터시티의 우승에 2파운드(약 3300원)를 베팅했던 카리스마 카푸어 씨는 1만 파운드(약 1678만 원)를 받게 됐다. 카푸어 씨는 “평생 레스터시티를 응원해 왔다. 도박업체 래드브로크스에서 시즌 막바지에 정산을 제안했지만 레스터시티의 우승을 확신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최고액을 받게 될 팬의 배당금은 10만 파운드(약 1억6789만 원)에 달하며, 래드브로크스 등 도박업체들이 지급해야 할 돈은 12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에 따르면 블룸버그 편집장 존 미클스웨이트는 20년간 레스터시티의 우승에 돈을 걸어오다 이번 시즌에는 베팅을 하지 않아 행운을 놓쳤다.
○ 레스터시티가 꿈꾸는 ‘장편 동화’
하지만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 뽑힌 마흐레즈는 이미 FC바르셀로나(스페인) 등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14년 레스터시티로 옮길 당시 40만 파운드(약 6억6350만 원)였던 그의 이적료는 현재 2500만 파운드(약 414억 원)까지 치솟았다. 바디와 은골로 캉테도 첼시 등의 구애를 받고 있다. 레스터시티 주전 선수들의 이적료는 총 401억 원으로 손흥민(토트넘)의 이적료와 비슷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승을 통해 레스터시티의 주머니가 두둑해졌다는 것. AFP통신에 따르면 레스터시티는 중계권 수익, 입장권 수익 등을 합쳐 2500억 원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 치열했던 ‘장외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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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득점 3위인 바디는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애니메이션 ‘라이언킹’에서 사자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사진과 함께 ‘…’(할 말이 없다는 뜻)이라고 올렸다. ‘새끼 사자’라는 별명을 가진 케인이 우승에 실패했음을 우회적으로 풍자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둘은 ‘삼사자 군단’인 잉글랜드 대표팀에 나란히 승선해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