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인간인가-존엄한 삶의 가능성을 묻다/오종우 지음/256쪽·1만4000원·어크로스
그럼 축약본을 읽어볼까? ‘죄와 벌’은 ‘가난한 대학생이 강도 살인을 벌인 뒤 뉘우치고 자수한다’는 식이다. 이보다 더 재미가 없을 수 있을까.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은 정독해야 맛이 난다. 한 번도 정독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정독한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인간 영혼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때로 등장인물이 독자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할리우드 영화처럼 친절하지 않다. 등장인물 자신도 자기가 왜 그러는지 모를 때가 잦다. 독서에 적절한 안내자가 필요한 이유다. 성균관대 러시아어문학과 교수로 ‘예술 수업’ 등을 내며 고전의 현재적 가치를 전해 온 저자의 이 책은 ‘죄와 벌’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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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