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복귀요? 언제일진 저도 몰라요. 그런데 감독님이 며칠 전 휴대전화로 사진을 한 장 보내셨더라고요.”
강정호(29·피츠버그)의 얼굴이 순간 환해졌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에게 받은 사진 얘기를 꺼내면서다.
강정호는 지난해 9월 경기 중 크리스 코글란(당시 시카고 컵스)의 과격한 슬라이딩에 왼쪽 무릎 정강이뼈가 부러지고 반월상 연골이 손상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겨우내 지겨운 재활 과정을 소화한 그는 이달 중순부터 피츠버그 산하 트리플A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로 내려와 실전 감각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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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더럼 불스와의 트리플A 경기가 열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더럼 불스 어슬레틱 파크에서 만난 강정호는 “재활 기간을 하루라도 줄여보려고 겨울에 한국에도 들어가지 않고 열심히 운동만 했다. 동료들보다 늦게 시즌을 시작하는 만큼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복귀 초읽기
강정호는 24일 루이빌 배츠와의 방문 경기에서 트리플A 4경기 만에 첫 안타를 쳤다. 왼쪽 담장을 때리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첫 안타가 나온 것도 그렇지만 1루로 돌아오는 급격한 동작 때 무릎에 전혀 이상을 느끼지 않았던 게 고무적이었다. 강정호는 “오랜 만에 실전에 적응하느라 타율은 썩 좋지 않다(0.067·15타수 1안타). 그렇지만 타격 감이 나쁘지는 않다. 무릎 상태도 100%는 아니지만 비슷하게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25일 경기에선 1-6으로 뒤진 9회초 대타로 출전해 볼넷을 골랐다. 후속 타자의 1루수 앞 땅볼 때는 전력질주한 뒤 슬라이딩으로 2루를 밟았다. 무릎 부상의 후유증을 찾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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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닝 코치와 1대 1주루 훈련을 한 것도 남달랐다. 강정호는 코치의 지시에 따라 고깔 모양의 도구 사이를 지그재그로 여러 차례 내달렸다. 운영팀의 한 직원은 이 장면을 비디오에 담았다. 허들 감독은 이런 자료들을 검토한 뒤 메이저리그 복귀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3루수라면 홈런을 더 쳐야죠.”
재러드 샌드버그 인디애나폴리스 감독은 강정호에 대해 “몸이 커졌다(He‘s got big)”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강정호의 몸은 한국 프로야구 넥센 시절은 물론이고 지난해와 비교해도 훨씬 커졌다.
넥센 입단 당시 80kg 내외였던 몸무게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면서 90kg을 넘겼다. 메이저리그 첫 해인 지난해에는 96kg이었다. 그런데 이날 인디애나폴리스가 배포한 자료에는 100kg으로 나왔다.
강정호는 “올해는 아무래도 유격수보다 3루수로 주로 뛸 것 같다. 힘을 늘리기 위해 몸을 좀 키웠다. 단백질 위주 식사를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3루수라면 아무래도 (홈런을) 더 많이 쳐야 하니까…”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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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럼=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