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제이 W 로시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 최신호(2016년 4월호)를 통해 “조직문화는 개선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정작 개선해야 할 것은 낡은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이며 조직문화의 변화는 그에 따른 결과로 나타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기업이 위기를 겪는 건 비즈니스 자체가 손상됐기 때문인데, 많은 이들이 조직문화를 문제의 원인인 양 취급하는 태도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로시 교수는 조직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글로벌 기업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 개선이 어떻게 조직문화의 변화로 이어졌는지를 분석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앨런 멀럴리, 수렁에 빠진 포드를 건져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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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럴리는 취임 후 인력 감축, 공장 폐쇄, 비주력 브랜드 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다. 그는 재정적 측면의 정상화를 넘어 비즈니스 프로세스 합리화 작업에 매달렸다. 회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그 무엇보다 경영진이 서로 협력적으로 일하도록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멀럴리가 합류하기 전 포드자동차는 공격적이고 치열한 경쟁적 관행으로 악명이 높았다. 같은 회사 내에서도 부서가 다르면 간부들 간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는커녕 감추기에 급급했다. 사업부마다 서로 다른 차를 만들면서 따로따로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엄청난 비효율과 낭비가 생겨나는 구조였다.
○ 비즈니스 프로세스 합리화
멀럴리는 가장 먼저 회사 임원들이 다 함께 모여 사업부 현황을 공유하는 회의를 정례화했다. 특히 현재 추진 중인 다양한 업무에 대한 성과를 회의에서 신속하고 총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컬러 코드’ 제도를 만들었다. 즉, 업무 성과가 양호할 때에는 녹색, 주의가 요구되는 경우엔 노란색, 문제가 많을 때에는 빨간색 등 업무 성과에 따라 색깔 표시를 달리해 서로의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부족한 부분을 도와가며 협력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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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앤더슨, 델타의 구원투수로 영입
2008년 당시 미국 3위 항공사인 델타항공과 6위인 노스웨스트항공이 합병하면서 세계 최대 항공사가 탄생했다. 하지만 당시 두 회사의 경영 상태는 모두 형편없었다. 두 회사 모두 파산보호 상태에서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터였다.
위기에 처한 두 항공사 간 합병은 2007년 델타의 사령탑을 맡은 리처드 앤더슨이 주도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노스웨스트의 CEO를 지냈던 그는 미국 동부 연안과 대서양 횡단, 남미 노선에 강점을 가진 델타가 태평양 및 미국 중서부 지역을 운항하는 노스웨스트와 합병할 경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후 앤더슨은 노사 화합을 중시하며 적극적인 인재 중심 경영을 통해 델타의 부활을 이끌어 냈다. 앤더슨은 어떤 경영자보다 노스웨스트 내부 사정과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노스웨스트의 가장 큰 문제는 경영진에 적대적인 강성 노조였다. 노조는 직원과 경영진 간의 직접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라는 게 앤더슨의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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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앤더슨은 합병 후 통합 작업(PMI)을 추진하면서 성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 및 동기 부여를 통해 직원과 경영진 간 강력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대표적 예로 그는 매년 세전 수익의 10%를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줬다. 일종의 직원이익공유제 프로그램을 실시한 것. 또 회사 주식의 15%를 조종사, 승무원, 지상 근무자 및 지원 인력 등 전 직원을 위한 우리사주로 할당했다. 이 밖에 앤더슨은 직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교육 및 훈련을 제공했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등 직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경영진의 이 같은 노력은 조직 내 신뢰 문화 고양과 직원들의 충성심 제고로 이어졌다. 노조와 사측 간 경쟁 구도 역시 없어졌다. 앤더슨이 CEO로 취임한 지 2년이 지난 후 직원들은 투표를 통해 노조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오늘날 델타항공은 중동지역 이외에서 노조가 거의 없는 유일한 대형 항공사다. 부실 항공사였던 델타는 과거의 오명을 벗고 현재 내실 있는 항공사로 거듭났다. 2014년 미국 항공 전문지 에어트랜스포트월드로부터 ‘올해의 항공사’로 선정됐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상위 50대 기업에 2년 연속(2014, 2015년) 선정될 정도로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